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나서면서 처음부터 고수한 공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립 대학 무상 교육입니다. 뉴햄프셔의 승리 연설에서도 샌더스는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며 대학 무상 교육 공약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과연 현실성이 있는 공약일까요? 찬찬히 따져보겠습니다.
이 공약은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학 학위 없이는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미국의 대학 등록금은 그 어떤 재화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자금을 갚느라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 무상 교육 공약은 큰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비판도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공약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계획이 없다는 것이죠. 다른 정부의 복지 정책과 마찬가지로, 무상 교육 자체가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도 있습니다.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에서는 대학 무상 교육이 “대학의 지출이 대중이 원하는 곳으로만 제한되지만, 대학을 운영하는 비용, 한 학생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게 되며, 방만한 행정을 부추길 것이다. 거기에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게 되어 비용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대학 무상 교육이 실시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공립 대학의 등록금이 없어지면 과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교육된 노동력”을 갖게 될까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OECD에 따르면 미국 노동력의 교육 수준은 현재 세계 9위입니다. 성인 45%가 학위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죠. 이는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그럼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성인의 67%가 고등 교육을 이수한 한국입니다. 캐나다와 일본이 58%로 그 뒤를 잇고 있죠. 문제는 이 세 국가에서 대학은 공공성이 매우 강한 동시에, 대학 등록금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등록금은 대략 미국의 주 내에서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대학 졸업생이 부담하는 학자금 대출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합니다. 그러니 교육제도, 문화, 정책, 인구 구조상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표면적으로 대학 교육이 무상이어야만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갖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물론 이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샌더스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밝혔듯, 독일도 최근 대학 등록금을 철폐했고 핀란드나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여러 국가에서 대학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들 대학 무상 교육 국가 중, 고등교육 이수를 기준으로 하는 교육 수준이 미국보다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하나 뿐입니다. 독일과 핀란드, 브라질과 슬로베니아의 교육 수준은 OECD 평균 아래고, 스웨덴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죠.
이렇듯 오늘날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대학 교육은 공짜가 아니고, 대학 등록금이 없는 나라 국민들이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샌더스의 대학 무상 교육 공약은 공허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게 단정할 수만은 없습니다. OECD의 교육 분석 담당관인 안드레아스 슐라이처는 “고등교육의 가격과 교육 수준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에서 대학 진학률 증가 속도가 특히 느린 것은 사실이며, 여기에 비용이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무상 대학 교육을 실시하는 유럽 국가에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노동자가 결국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여기서 나오는 세수가 대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납세자 모두가 결국에는 이익을 보게 됩니다.” 슐라이처는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비용이 덜 드는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대학 등록금 지원 프로그램인 펠 그랜트(Pell Grant)를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 옵션을 다양화하는 것이죠. 역시 샌더스의 공약에 포함된 이야깁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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