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라크 성 엘리야 수도원의 위성 사진이 공개되면서 세계는 다시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랜 세월 각종 인재와 자연재해를 견뎌온 인류의 유산이 IS의 만행에 폐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미국 정부, 교황청, 유네스코 등에서는 비난 성명을 냈고 이 지역의 문화와 종교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이미 어려움에 처한 이라크 북부의 기독교인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번 일은 전쟁 지역의 문화 유산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켰습니다. 반(反) IS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서구 국가들 역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류의 유산에 합당한 존중을 보여야 합니다.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서도 역사, 문화적으로 중요한 기념물을 보호하는 것은 지난 100년간 대부분의 국가와 전쟁 주체들이 준수해 온 규범입니다. 대부분의 전쟁 범죄 재판장에서도 문화 유산 파괴를 다루고 있으며, 반달리즘은 대량 학살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집니다.
오늘날 IS는 보편적인 전쟁의 규범들을 모두 무시하고 있고, 그것이 광적인 지지자들에게는 IS를 차별화하는 또 하나의 매력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IS 비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서구 국가들의 전적도 완벽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국제 협약은 1954년에 만들어진 “전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 조약(the Hagu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Cultural Property in the Event of Armed Conflict)”입니다.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협약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 기간 내내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가 2008년에 와서야 마지못해 비준했고, 사령관의 행동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구속하는 부속의정서는 여전히 비준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헤이그 협약 비준의 역사는 성 엘리야 수도원의 오늘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이라크군이 사용하고 있던 수도원을 미군이 점령했고, 그 과정에서 탱크의 포탑에 의해 수도원 벽이 크게 파괴되었습니다. 이후 미군은 수도원 시설을 기지로 사용했고 군인들이 벽에 그래피티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한 군목이 수도원의 문화, 종교적 가치를 알아보면서 그제서야 보호 운동이 시작되었죠.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협약을 만들고 비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서구 국가들 역시 인류의 문화 유산에 대한 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군인들이 전장에 나갈 때 군법을 공부하고 민간인과 전쟁 포로 대우에 대한 협약을 숙지하는 것처럼, 문화재 보호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 각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군사 강국이면서도 헤이그 협약을 여태 비준하지 않은 나라가 바로 영국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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