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서서 고요히 기다린다(Stand Still Stay Silent) 중 발췌>
지난 몇 년간 웹툰은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최근작들은 십 년 전 것만큼 ‘예술적’이진 않지만 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실험적인 경향을 띱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덕분에 더 많은 작가가 인쇄물을 출간하거나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장르는 꾸준히 이목을 끌고자 노력하는데, 아이즈너, 하비, 그리고 이그나츠 어워드 모두 디지털 만화 관련 카테고리가 있을뿐더러 나쁜 작품을 분류하는 위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평판이 좋은 세 작품을 소개합니다.
스튜어트 캠벨의 이 작품은 “짐”이라 불리는 그의 헝가리 출신 할아버지 라디스와프 스조크가 기억을 상실하며 겪는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짐을 방문한 캠벨은 그가 겪는 경험을 포착하여 그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그의 기억을 쫓는 일은 내게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캠벨은 그의 작품에서 웹툰이라는 형식을 그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단어와 장면들은 느리게 떠다니며 소리와 절묘하게 맞물리다 사라집니다. 사라진 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언뜻 웹툰이라는 틀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캠벨의 화풍은 우울한 장치와 균형을 이룹니다. 그는 과장된 형태를 선호하며 환상적인 이미지를 끌어내는데, 가령 짐의 내면은 그를 칭칭 감는 밧줄로 표현됩니다. 한 장면에서 짐을 동여맨 밧줄은 그를 2차 세계대전의 기억으로 끌어당깁니다.
캠벨은 이 작품 자체가 그의 조부의 기억처럼 천천히 사라질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몇 년 안에 브라우저가 수십 번씩 업데이트되고 나면 이야기 자체가 사라지게 되겠죠.” 어떤 것들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캠벨은 이 연약한 작품을 조각해냈습니다.
“무너지는 하늘”은 대조적인 것의 모음집입니다. 양감이 있고 낭만적인 화풍에 아방가르드적인 스토리텔링, 정밀하게 그려진 윤곽에 최소한으로 쓰인 색채, 연필과 수채의 부드러운 터치로 구성된 장면은 스콧 맥클라우드가 “무한의 캔버스”라 칭했던 상상의 공간 너머로 뻗어 나갑니다. 장면을 스크롤 할 때도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위쪽,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다음으로 넘어갈지 궁리하며, 독자는 최소한의 차이가 지닌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며 개인적 내러티브의 전후를 오갑니다.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를 찾기는 어렵지만, 작가가 서로 다른 스타일과 톤을 조합하는 솜씨는 지극히 매력적입니다.
이제 갓 2년이 조금 넘었지만, 미나 선드버그의 이 작품은 이미 기반을 확고히 다졌습니다. 위키 페이지가 따로 있을뿐더러 출판을 위해 인디고고에 올린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은 벌써 12만 5천 달러 가까이 모금했습니다. 이 북극의 서사시는 특이한 스타일이나 실험적인 방식을 취하진 않지만, 경쾌하게 그려진 큰 눈의 인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 속 세계의 주인공들입니다. 한편 작가가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은 그보다는 덜 익숙한데, 차라리 강력하게 다가온다고 할 만합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수준의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세계와 인물들의 바보스러운 선량함이 이루는 병치는 흥미롭습니다. 무대는 전염병 이후 한 세기가 흐른 북유럽 국가들로, 주인공들은 이 익숙한 세계를 떠나 지도상에서 완전한 검정으로 나타나는 미지의 영역, 즉 “고요한 세계(Silent World)”를 탐험합니다. 이 고요한 세계는 감염된 괴수와 트롤, 거인들이 이루는 연약한 문명사회이며, 인간은 마법을 지닌 존재로서 새로운 개성을 부여받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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