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완고하게 남성 중심의 학문으로 남아있는데, 사실 그 이유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만약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가장 훌륭한 생각이 번창한다는 명제가 맞는다면 경제학에서의 성비 불균형은 남성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여성이 내놓는 생각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많은 여성 경제학자를 화나게 합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여성 경제학자의 수가 적은 이유가 학계에 존재하는 지속적 편견의 영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남성학자와 함께 한 연구에서 여성이 이바지한 만큼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말입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헤더 살슨스(Heather Sarsons)는 논문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은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 왜 여성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지 설명합니다. 살슨스는 지난 40년간 미국의 명문 대학에 교수로 채용된 젊은 여성 경제학자들의 논문 출판 기록을 모두 모았습니다. 다른 학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의 커리어는 정년 보장 심사를 기준으로 짜입니다. 이 과정은 종종 “계속 연구 실적을 내거나 아니면 도태되거나(Publish or Perish)”라는 표현으로 묘사됩니다. 젊은 경제학자들에게는 채용되는 순간부터 정년 보장 심사까지 대개 7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기간에 논문 실적이 좋으면 평생 정년을 보장받고, 그렇지 않으면 해고됩니다.
살슨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명문 대학에 채용된 여성 경제학자들이 남성 동료들만큼 논문을 쓰지만, 정년을 보장받지 못할 확률은 두 배나 높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별로 다른 정년 기준, 경제학 내에서의 세부 전공, 그리고 출판된 논문의 질적 차이 등을 다 고려한 뒤에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살슨스는 한 그룹의 여성 경제학자들이 남성 동료들 못지않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공저자 없이 혼자 논문을 쓰는 여성학자들이었습니다.
만약 여성 경제학자 혼자 논문을 쓰면 누가 논문에 이바지했는지는 명확합니다. 살슨스의 논문은 이력서에 혼자 쓴 논문이 하나 더 늘 때마다 여성 경제학자가 정년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8~9%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독 논문 출판의 효과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과 달리, 남성은 다른 저자와 함께 논문을 쓸 때도 단독 논문을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렸으며, 혼자 논문을 쓰는 남성 경제학자와 공동으로 논문을 쓰는 남성학자들의 커리어에는 아무런 통계적 차이가 없었습니다. 불행히도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과 함께 논문을 쓰면 여성의 기여도는 훨씬 더 낮게 평가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왜냐면 오늘날 경제학 논문 대부분이 두 명 이상이 쓰는 공동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재닛이 조지와 함께 논문을 쓰면 재닛의 동료들은 조지가 논문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가정합니다. 만약, 여성 경제학자가 함께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 가운데 젊은 축에 속하고 경력이 짧다면 그런 가정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슨스의 논문은 오히려 이런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살슨스는 연구팀의 구성에 따라서 어떻게 사람들이 공로를 인정하는지 살폈습니다. 남성의 경우, 공저자의 성별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만약 여성 경제학자가 남성 동료와 함께 논문을 쓴 경우 이 여성이 정년 심사를 통과할 확률은 거의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즉, 여성은 남성과 함께 쓴 논문에 대해서 아무런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다른 여성 경제학자, 남성 경제학자와 함께 논문을 쓴 경우 여성 경제학자는 부분적인 공로를 인정받습니다. 여성 경제학자가 다른 여성학자와 함께 논문을 쓴 경우에만 여성은 온전히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 경제학자들이 남성보다 정년 심사에서 두 배나 많이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살슨스는 같은 연구를 사회학을 대상으로도 진행했습니다. 경제학과는 반대로 사회학에서는 다른 저자와 함께 쓴 논문에 대해서 남성과 여성이 공로를 인정받는 방식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마 사회학에서는 해당 논문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사람을 제1 저자로 명시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명한 표기는 누가 더 많이 연구에 이바지했는지 추측해야 할 필요성을 없애고 따라서 성차별적인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반면, 경제학에서는 저자 표기는 알파벳 순서를 따르는데, 이런 애매함은 성차별적 편견이 개입할 여지를 더 많이 줍니다. 다른 가능성은 사회학자들이 경제학자들보다 원래 성차별 인식이 덜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칼럼에서 뉴스 미디어가 남녀 학자가 함께 연구한 논문을 소개할 때 남성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경향에 관해서 썼습니다. 살슨스의 논문은 이러한 편견이 경제학자들이 다른 학자들의 논문을 평가할 때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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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만, 논문에서도 그렇듯, 여성 교수들이 공저자로써 기여도가 낮게 평가되는 것을 "차별"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다시 말해, 본 논문은 "기여도"의 정도를 직접 재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단어가 "똑같은 기여를 하고도 평가가 낮은것"을 뜻한다고 이야기 할때, 기여도의 정도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기여도의 정도에 적당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리서처가 알 수 없는 정보 (다시 말해, unobservable한 정보), 하지만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 (예: 학과로의 서비스;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능력 등)가 많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자 공저자에 대한 평가가 남자 공저자에 대한 평가와 다른점을 "차별"이라고 일컫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테뉴어를 받는 기준 중 논문 공저로만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똑같은 랭크의 (예: 조교수) 일반적인 남자 교수와 여자 교수가 공저를 했다고 칩시다. 그러한 경우에 일반적으로, 무슨 이유에서든 (예: 사회적으로 구조상 남자들이 조금 더 힘이 있거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있어서 논문에 필요한 자료들을 얻을 확률이 높다면) 남자 공저자가 좀 더 기여를 더 많이 했다고 칩시다. 이러한 경우에 논문에는 공저자로써 구별이 없을 수 있지만 (그래서 리서처 입장에서는 두 공저자의 기여도에 대한 구분이 없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평가를 하는 사람들, 즉 다른 교수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여자 공저자는 남자 공저자에 비해 조금 더 기여도가 낮게 평가되겠죠. 이러한 경우에 두 공저자에게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닐 것 입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바는 이러한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차별일 확률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예시로 든 "남자 공저자가 더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는 경향 (likelihood)"이 전체 사회적 구조상의 차별때문에 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증거를 가지고 "공저한 논문에 기여도를 평가하는대에 있어 차별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에 어렵다는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더라도, 여자 공저자들이 남자 공저자들에 비해 기여도가 낮게 평가된다는 점 자체가 큰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증거가 말해줄 수 있는 이론적 결론보다 더 큰 결론을 도출하려다가 이 논문의 좋은점이 빛을 보지 못할까봐 우려가 됩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