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추수감사절 당일) TV 뉴스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화면은 지역 쇼핑몰 입구에 길게 늘어선 쇼핑객 행렬을 비추고, 지역방송 기자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생각에 들뜬 이들을 인터뷰하느라 바쁩니다. 금요일 아침 뉴스는 지난밤의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모인 수많은 쇼핑객 인파를 보면, 정말 연말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금 침통한 소식을 전할 때도 있습니다. “(추수감사절) 대목인데도 쇼핑몰은 한산했습니다. 소매상들은 울상입니다.”
이런 뉴스는 주의를 기울여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 뉴스는 눈에 보이던 긴 행렬, 사람들의 들뜬 인터뷰에 통계라는 살을 붙였습니다. 숫자를 근거로 들이밀며 논조는 훨씬 더 단정적이죠.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소비가 2.5% 늘었다, 혹은 5% 줄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통계 자체의 신빙성부터 의문이 드는 이 통계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소매업, 경기 전망, 나라 경제 전망, 대선 후보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을 이어갑니다.
물론 이런 뉴스도 무시해도 좋습니다. 아니, 이런 뉴스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들을 필요가 없는 뉴스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그 주말 소비 패턴을 토대로 무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결론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기자도, 경제학자도, 여러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없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겁니다. 전체 미국 경제의 70%가 가계 소비입니다. 11월, 12월 두 달 동안의 소비가 1년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하며, 일부 업종에 따라 이 숫자는 훨씬 크기도 합니다. 연말은 분명 소비 ‘대목’입니다.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실적이 썩 좋지 않은 올 한해였다가 보니 가계 소비와 소매업에 쏠리는 관심이 더욱 커졌고, 이는 언론에 또 매년 되풀이해 틀던 의미 없는 뉴스를 또 열심히 내보내야 하는 여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전후로 나오는 뉴스에는 실제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사실 전혀 없습니다. 우선 목요일 저녁, 금요일 아침 뉴스는 그저 일화를 소개하는 데 불과한 단편적인 소식입니다. 기자가 마침 쇼핑몰을 찾은 그 시점의 화면 속 인파를 눈대중으로 가늠한 뒤 올해 연말 경기를 예측하는 일이나 매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가게 점장의 인터뷰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일이나 모두 부질없는 일이죠.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에 나온 가족들에게 오늘 무얼 사셨는지, 연말에 무얼 더 사실 계획인지 물어보는 것도 그저 시간 보내는 용으로나 적절한 질문입니다. 사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다 같이 뉴스를 보는 경우는 흔치 않죠. 아마 방송사들도 대단히 신경을 써서 좋은 인터뷰를 넣으려 애쓰지는 않을 겁니다.
주말이 지나고, 그래도 숫자를 추가한 월요일 아침 뉴스는 좀 다르지 않느냐고요? 투자자이자 블로거인 배리 릿홀츠가 몇 년 동안 되풀이해 지적했듯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지나자마자 쏟아지는 통계는 대개 믿을 만한 게 못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 경기를 예측하는 건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이렇게 신속한 매출 집계는 매년 미국소매연합(National Retail Federation)이 시행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지난해 소매연합은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떨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가 올해 더 정확한 집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11월, 12월 소매 통계를 보면, 연말 소비는 오히려 4% 늘었습니다. 주말이 지나자마자 바로 발표하는 집계를 토대로 그해 연말 경기를 예측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먼저 그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된 데이터를 모으는 것부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데는 최소한 몇 주가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소매 매출이든 실업률이든 다른 경제 지표든 모두 마찬가지죠. 소매연합의 설문조사는 이제 막 주말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번 주말에 얼마를 쓸 생각인지 캐묻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죠.
소매연합의 발표 외에 다른 통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많습니다. 소매연합이 매출 11% 감소라는 우울한 통계를 내놓았을 때, 소매업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 쇼퍼트랙(ShopperTrak)은 소비 감소 폭이 0.5%에 불과하다고 발표했고, 자사의 카드 사용 명세를 토대로 한 마스터카드의 분석은 오히려 소비가 2.3% 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유 소비를 제외하면 3.6%로 증가 폭이 더 컸습니다. 누가 옳았고 누가 틀렸는지를 가리자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성급하게 내놓는 분석과 집계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미국소매연합의 대변인 캐시 그래니스 알렌은 연합이 가능한 한 정확한 통계를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설문조사의 목적은 톱뉴스를 장식하기 위한 것보다도 오히려 연말 동안 전반적인 소비를 북돋는 데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모은 데이터가 완벽하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그 주말에 사람들이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파악더라도, 그 숫자가 남은 연말 동안 얼마를 더 쓸지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연말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에 사람들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썼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많이 늘어났고, 소매업체는 점점 더 세일 기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일주일이나 앞선 시점부터 대폭 할인 세일을 하는 업체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통계만 갖고 앞으로 5주 남짓한 기간의 소비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줄었을 때 이를 사람들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갑을 닫았다고 해석해야 할까요? 조금 더 기다렸다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을 때 물건을 사려는 건 아닐까요? 온라인 매출이 오른 것이 전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오프라인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까요? 아니면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걸까요? 여기에는 정답도, 정해진 패턴도 없습니다. 미국소매연합도 그래서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통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이 소매업체들에 아주 중요한 대목인 건 사실이죠. 그렇다고 이번주 실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측에 중요한 잣대는 아니니까요.”
알렌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오히려 소비자들이 세일을 기다렸다가 물건을 살 수도 있으므로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올라도 전체적인 소매업 실적은 안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언젠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비 패턴, 소비자의 마음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를 통해 믿을 만한 예측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가봐야 안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FiveThirty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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