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영국 총리는 일터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의 공공 서비스 기관과 HSBC, 딜로이트를 비롯한 공공, 민간 부문의 10개 기업이 구직자의 이력서에서 이름을 가린 채 채용 전형을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고용주가 이름에서 드러나는 성별 및 인종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선입견 없이 채용하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정책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독일은 2010년부터 이력서 이름 가리기에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2006년 프랑스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작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도 비슷한 제도를 시험하고 있죠.
구직 과정에서 소수자가 이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실시된 한 실험에서는 독일계 이름을 가진 구직자의 경우 터키식 이름을 가진 사람에 비해 면접을 보러 가게 될 확률이 14%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름을 가렸더니 소수민족 구직자가 면접을 보러가는 일이 많아졌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이력서에서 이름을 가렸더니 실제로 소수자가 더 많이 고용되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다른 실험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여성들의 취업문을 넓혀주었지만, 소수민족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력서 상에서 이름을 가리는 것만으로는 소수민족의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서류 심사 이후 면접 과정에서 차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짐작케하는 결과입니다.
익명성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2012년 발표된 프랑스의 한 연구에서는 이력서에서 이름을 가려도 외국에서 태어난 지원자나 가난한 지역 출신의 지원자가 면접까지 가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고용주가 아랍어 실력 등 이력서 상의 다른 항목을 보고 지원자의 배경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종교 갈등이 심한 북아일랜드 같은 곳에서는 출신 학교만 보아도 지원자의 종교를 알 수 있고, 경력에 공백이 있는 것을 보면 지원자가 육아 휴직을 했던 여성임을 알 수도 있죠. 이력서에서 이름을 가리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채용 과정에서 선입견의 영향력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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