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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유해 전시의 문제와 의의: 파리 인류박물관의 재개장과 관련하여

  • 옮긴이: 지난 10월 17일, 에펠탑 맞은편에 있는 인류박물관(Musée de l’homme)이 6년 동안의 작업을 마치고 재개장했습니다. <르몽드(Lemonde)>는 인류박물관에 소장된 약 3만여 점의 인체 유해의 수집 및 보관과 관련된 문제와 함께, 박물관에서 인체 유해를 전시 및 보전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납골당에 들어와 있습니다!”

6년 동안의 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전시공간을 마련한 인류박물관을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알랭 프로망(Alain Froment)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약 23,000 개체에 해당하는 박물관의 인류-민속학, 생물학 자료 약 30,000 점의 관리 책임자입니다. 그 중에는 17,600점의 두개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철학자 생-시몽(Saint-Simon)의 두개골도 있으며, 그의 자살 시도의 흔적으로 눈 주변에 구멍이 남아 있습니다. 습도 56%에서 보존되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체도 남아있으며, 1868년 발견된 제 1 호 크로마뇽인의 인골도 이곳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인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자료의 거의 대부분을 전시하였으나 박물관 윤리위원회에서는 이번 재개장을 앞두고 전시 가능한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를 구분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태아 혹은 유아의 유해, 나체 등에 대해서는 전시에 앞서 추가적인 검토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철학자 데카르트의 두개골은 전시 대상에 포함됩니다. 물론 데카르트의 허가를 받은 일은 없으나 그의 철학을 생각할 때 전시는 충분히 타당한 일일 것입니다.

한편 인류학자 그로버 크란츠 같은 이는 자신의 몸을 조건부로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조건은 그의 뼈가 그의 개와 함께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교육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영원히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인류박물관은 6년 전 문을 닫을 때와는 다른 세상에서 개장하게 됩니다. 2010년 5월 18일 프랑스 정부는 수개월간의 논쟁 끝에 뉴질랜드 정부에 마오리족의 두개골을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새로 제정된 법은 공공 수집품의 양도 불능의 원칙을 다소 완화했는데, 수집품에 대한 국가 연구 위원회를 가동하여 해당 문화재에 대한 평가와 반환 요구를 검토해 필요한 경우 소위 “등급 해제”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박물관의 연구 관련 사항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국가 윤리 위원회의 위원이자 문화부가 설립한 “인체 유해” 작업 단체의 대표인 미셸 반 프라에(Michel Van Praët)가 말합니다. 이 단체는 각종 병원과 대학의 수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며, 바람직한 사례를 모아 인체 유해의 관리와 관련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90년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무덤의 반환과 보존”에 대한 연방법(Nagpra)과 함께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몇몇은 이를 원주민의 땅은 돌려주지 않으면서 유해만 돌려주는 서구의 부적절한 관념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초반으로 이 문제가 거슬러 올라갑니다.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호텐토트의 비너스”로 명명된 사르키 바트만(Saartjie Baartman, 1789~1815)의 전시가 문제시되며 2002년, 남아프리카로의 송환과 관련된 첫 법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1833년 사망한 우르과이의 원주민 추장인 바이마카 페루(Vaimaca Peru)의 경우에는 간단한 행정 절차만으로 송환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마오리족의 유해 반환과 관련하여 새로운 법안이 적용되었습니다.

여전한 논쟁거리

아직도 논쟁거리가 남아있을까요? 파리 인류박물관에는 알제리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뿐 아니라 19세기 알제리 ‘반란군’의 머리도 있으며, 카사망스(Casamance, 서아프리카 세네갈 남부)의 왕, 호주 원주민 어보리진의 머리, 또는 이누이트의 유해 등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유해의 반환을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지의 권리가 우선되겠지만, 반환 요구는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미셀 기로(Michel Guiraud)는 말합니다.

알랭 프로망은 이와 같은 유해의 반환 요구가 사실 관계를 철저히 밝혀낸 뒤에 이뤄져야만 합법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박물관에 보관된 두개골이 어떤 마오리 부족에 속하는지 찾아내는 문제와 더불어, 뉴질랜드 정부는 마오리족의 유해에 섞여있는 몇몇 유골이 마오리족이 아니라 살해된 영국 상인들의 머리라는 문제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호주 어보리진의 유해 속에도 영국인들이 섞여있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알랭 프로망은 덧붙입니다. 그리고 1903년, 수감 중에 굶어 죽도록 내버려졌던 카사망스의 왕, 시할레베 디아타(Sihalebe Diatta)의 유해를 세네갈 정부가 돌려달라고 요구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세네갈 정부에서 카사망스(세네갈 남부의 고립된 지역) 왕의 유해를 요구함으로써 분리주의자들이 환영할 만한 과거를 복원하려 하겠습니까?”

위에 언급된 내용은 1635년 루이 13세의 왕명으로 각종 자료 수집이 시작된 이래 가장 음울한 경로를 통해 수집이 이루어진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민족-생물학적 유골의 유통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고인류학과 관련해서도 해외에서 발견된 유해의 경우, 간혹 예전 프랑스 식민지에서 발견이 이루어지더라도 차드에서 발견된 투마이(Toumaï, 700만 년 전의 고인류)와 같이 발견된 국가에 자료는 남겨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수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집품들은 그것들의 구성 방식, 혹은 식민지배 역사와 관련된 인식론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알랭 프로망은 말합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소장된 인체 유해의 지리적 분포가 반드시 프랑스 제국의 영역과 일치하지 않으며, 대다수가 아메리카에서 수집된 자료라는 점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골 이후의 자료, DNA

오늘날 인류의 다양성 연구를 위해 수집되는 것은 인골이 아니라 DNA입니다. “DNA는 아프리카나 다른 세계 각지에서 연구자들의 공감 하에 DNA의 주인들을 익명화하는 과정을 통해 수집되고 있습니다.”

DNA는 미국의 케너윅(Kennewick)인의 경우처럼 인체 유해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1996년 워싱턴 주 컬럼비아강 유역에서 발견된 케너윅인은 그의 출신지와 관련하여 과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원주민 집단과 자료를 연구하기를 원하는 인류학자 사이의 법정 분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8일 네이쳐(Nature)지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8,500년 전에 생존했던 케너윅인은 유전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과 관련되며, 선사시대 유럽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콜빌(Colville) 원주민 부족회의 대표인 짐 보이드(Jim Boyd)는 다시 한 번 원주민 집단으로 유골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유사한 사건이 유럽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요? 폴 브로카(Paul Broca)는 바스크 민족의 기원 문제에 매료된 나머지, 허가 없이 그들의 묘지를 파헤쳐 인골을 수집하였습니다. 몇 년 전 영국에서는 9,000년 전 살았던 체다인(Cheddar人)에 대한 연구에서 오늘날에도 체다인의 후손이 이 마을에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유전자는 이주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유전학은 인체 유해가 발견된 국가의 역사적 서술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죽은 자의 몸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도록 만듭니다.” 사회학자 아르노 에스케르(Arnaud Esquerre)의 분석입니다.

리처드 III세의 유해

DNA의 정밀성은 매우 예리합니다. 2013년, 영국 레체스터(Leicester)대학에서 수행된 리처드 3세로 추정되는 유해에 대한 연구는 해당 유해가 1485년 살해된 왕의 유해임을 확인했지만, 확인을 위해 DNA를 제공한 후손들 중 정통 혈통이 아닌 이들이 섞여 있었음을 우연히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앙리 4세의 유해와 관련된 분석에서 동일한 종류의 재난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유전학은 그들이 형질인류학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학문 분야를 확립하고 더욱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인체 유해를 인골의 형태로 축적하는 일이 본질적인 가치를 갖는지 자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인간 유해의 재매장의 개념을 발달시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보존하려고 하는 시대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미셸 반 프라에(Michel Van Praët)는 예측합니다.

알랭 프로망은 여전히 박물관 소장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 인구 전체가 대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자료를 보관하는 일의 가치는 훗날의 연구를 위한 인류의 공공선으로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파괴입니다. 유골의 반환이나 재매장의 경우 우리는 과거의 탐구, 특히 문자기록을 남기지 않은 사회에 대한 연구의 수단을 잃게 됩니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지금은 사라진 민족인 전설 속의 푸에지언(Fuegians)을 상기했습니다. 지금은 푸에지언의 머리카락만 인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DNA 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소장품은 이미 사라진 민족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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