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박사가 지닌 작가로서의 뛰어난 자질이 그를 이상적인 의사로 만들어준 건 우연이 아닙니다.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관찰력과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능력, 넉넉히 공감하는 마음 씀, 복잡한 심신의 연결고리와 인간의 뇌에 얽힌 심오한 비밀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그것입니다.
지난 일요일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색스 박사는 박학가일 뿐 아니라 열정적인 인본주의자였습니다. 환자들이나 화학을 향한 애정, 혹은 음악이 지닌 힘에 관해 글을 쓸 때 그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놀랍고도 기묘하게 얽혀 있는 삶의 모습들, 즉 과학과 예술 사이, 생리학과 심리학 사이, 아름다운 동시에 경제적인 자연계와 인류의 상상력이 낳은 마법, 그들을 잇는 연결고리에 빛을 던져줬습니다. 한때 색스 박사가 구 소비에트 연방의 위대한 신경과학자이자 작가였으며 그 멘토였던 A. R. 루리아를 가리켜 말했듯, 자신의 글에서도 “과학은 시가 되었습니다.”
그의 저서인 <소생>이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그리고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오랫동안 뉴욕대학교 의대의 신경학과 교수이자 임상의로 재직했던 색스 박사는 보르헤스나 칼비노의 이야기 못지않게 기이하고 독특하며 울림이 큰 환자들의 케이스 스터디를 전했습니다. 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는 지난 30여 년의 인생을 잃어버린 채 1~2분 정도밖에 못 미치는 즉각적 현재 속에서 살아갑니다. 백치천재(Idiot Savant) 쌍둥이는 일상의 사소한 작업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지만, 삼백여 자릿수나 되는 숫자를 암기하는 등 놀라운 산술 능력을 보여줍니다. 유난히 복잡한 환각에 시달리는 눈먼 시인은, 금빛 말이 끄는 새파란 수레에 탄 우유배달부나 신발을 신은 한 무리의 새떼들이 중세풍 복장을 한 남녀로 변모하는 것을 봅니다.
색스 박사는 그러한 사람들을 과학적 호기심뿐 아니라 (비상한 공감력과 통찰을 지녔던 또 다른 의사인) 체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생생한 개인으로 묘사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환자가 겪어야 하는 신경 장애의 영향뿐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와 내면의 삶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의 케이스 스터디는 프로이트와 루리아가 풀어나간 이야기처럼 극적이고 놀라우며 세세한 부분에 충실한 문학의 내러티브였습니다. 이들 케이스 스터디는 생리적 차원 못지않게, 환자의 상태가 지닌 정서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포착했습니다. 환자들이 견뎌내야 했던 고독과 치러야 했던 대가뿐 아니라, “장애”를 극복하고 삶에 적응하며 자발성과 정체성을 잃지 않는 능력으로서의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색스 박사가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말했듯, 장애는 “그게 없었다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삶의 형태, 진화와 발전, 그리고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는 모순적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능이 낮은 젊은 여성은 서른 가지 언어로 아리아를 부를 수 있으며 투렛 신드롬에 걸린 캐나다인 외과 의사는 단 한 번의 움찔거림조차 없이 긴 시간에 걸쳐 복잡한 수술을 해냅니다. 한때 색스 박사가 썼듯이, 어떤 학자들은 도스토옙스키와 반 고흐가 측두엽 간질에 시달렸으며 바르톡과 비트겐슈타인은 자폐증을 앓았고 모차르트와 새뮤얼 존슨은 투렛 신트롬을 지녔으리라 믿기도 합니다.
그의 최근작에서 색스 박사는 <엉클 텅스텐>에 등장하는 화학과 사랑에 빠진 소년에서부터 <환각>에서 암페타민과 L.S.D를 실험하는 청년, 그리고 <나아갈 길>에서의 의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는 그의 지적 여정만큼이나 모험적인 삶으로, 영국의 의대를 빠져나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소방수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수련의와 펠로우십 생활에 다다릅니다. 주말엔 종종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라스베가스, 데스 밸리, 그랜드 캐년까지 몇백 마일을 달리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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