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네브래스카 대학교 영문학과의 제닌 카포 크루셋(Jennine Capo Crucet)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건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우리는 대학에서 보낸 우편 자료에서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우리 가족이 얼마나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걸까? 때는 1999년이었고, 지금의 구글과 같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없었으며, 우리 가족은 인터넷에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인 동시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우리 부모님은 쿠바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들이 짐을 내려준 뒤에 바로 대학 교정을 떠나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마이애미를 출발해 제가 대학 생활을 시작할 코넬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캠퍼스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모님, 제 여동생, 할머니 그리고 저는 학장님의 환영 인사와 함께 “자, 부모님들은 이제 돌아가세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교정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은 웃었지만, 저와 부모님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쳐다보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학장님이 “가세요(GO)”라고 한 게 무슨 뜻이니?” 저 역시 저희 부모님만큼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는 저와 가족 모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서 머무는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첫 수업이 시작하는 날까지 머무르시려고 호텔을 예약해둔 상태였죠. 부모님은 사용 가능한 모든 휴가를 내고 몇 달 동안 돈을 모아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기 위해서 오셨으니까요.
그 한 주 내내 우리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유일한 백화점에 가서 나중에서야 알게 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느라 돈을 썼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백화점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들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듯 보였고, 우리는 우리의 제한된 지식으로 겨우 물건들을 샀습니다. 우리 가족은 제가 과 사무실에 수강 신청을 하려고 방문할 때 저를 따라왔습니다. “겨우 4과목만 듣는다고요?” 부모님은 제가 첫 학기를 너무 쉽게 보내려 한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4과목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한 학기에 학생들이 듣는 평균 과목 수입니다) 제 기숙사 방이 있는 건물까지 가족들은 함께 왔고 그들은 건물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우리 다섯 가족은 머무르는 동안 학교 식당 건물을 함께 배회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한 사람이 “아직도 가족들이 여기 계시군요!”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신입생들이 벌써 친구를 사귀는 사이 우리 가족은 학교 식당 테이블에 함께 앉았고 집에서 하던 것처럼 엄마는 냅킨과 포크를 각자 그릇에 가지런히 놓아주셨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언제 떠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대학 신입생이 돼서 가족들과 함께 교정에 도착한 뒤 가족들이 떠나는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그리고 어느 순간 나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게 그런 순간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가족 중에 처음 대학을 간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저를 “놓아주었다”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으니까요.
수업이 시작된 첫 주, 근대 소설에 관한 영문학 수업에서 첫 번째 과제가 나왔습니다. 과제를 읽어내려가면서 저는 영어를 모르는 저희 할머니가 영어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적힌 단어들은 남의 나라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하고 계신 엄마에게 전화했고 울면서 엄마에게 숙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숨을 쉬던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첫 번째 질문을 한 번 읽어봐.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그 질문이 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저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어내려갔고 엄마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두 문단이나 되는 긴 질문이었습니다. ‘이론적 틀(theoretical framework)’과 같은 어려운 단어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수화기 너머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거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닌가보다.”
대학을 나온 부모였다면 교수님을 찾아가거나 학교 작문 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엄마는 저만 그 숙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네가 읽어준 문장들이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어떻게 질문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가 입학한 대학은 저를 합격시킨 훌륭한 일을 했지만 저는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아무런 조언도 못 듣고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학자금 지원 부서의 사람을 만날 때 빼고는 저는 제가 특별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숨겼습니다.
“네가 뭘 할 수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다. 사전 찾아봤니?”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더 크게 울었습니다. “자자, 그만 울어. 크리스마스까지만 버텨봐. 아빠와 내가 쓸 수 있는 휴가는 올해는 더 없어. 너를 데리러 갈 수가 없단다.”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눈물을 삼키며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할 수 있어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는 진짜 크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엄마는 저에게 상처를 주려고 이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한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건 네가 원해서 한 일이야, 기억하지?”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숙제하러 돌아갔고, “일을 하러 돌아간다”는 건 제 대학 생활의 주문과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를 놀라게 한 코넬 대학 입학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집중력으로 첫 과제를 해냈습니다. 첫 성적은 B-/C로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교수님은 제 에세이에 대한 논평과 함께 학교 내의 작문 센터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엄마는 제가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바로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들로부터 고등학교 때처럼 부모님과 성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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