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

하루에 8시간 일하면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법

‘루시에게(Dear Lucy)’는 기업 문화 전문가 루시 캘러웨이가 직장인의 고민에 답해주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상담 코너입니다. 동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싶다는 직장인에게 루시가 대답합니다.

지난 10년간 사무실에만 박혀 살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근무시간에만 집중해서 일하는 거죠. 9시에 출근해 5시 반에 퇴근하는 삶을 시작한 이후로, 사무실에 11시간씩 처박혀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 동료들이 제 새로운 근무 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꼬는 듯한 발언이 들려요. 열심히 일한다는 평판을 지키면서도 매일 사무실을 제때 떠날 방법이 없을까요?
출판사, 여성, 38세

루시의 대답:
당신이 모든 일을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반 사이에 끝낼 수 있었다는 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요즘 세상에 업무 시간 내에 모든 일을 끝낼 수 없는 사무업이 많지 않거든요.

그러나 사무실 업무의 첫 번째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고 있다 하더라도 그 평가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업무 성과를 평가할 때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일에 들인 시간을 잣대로 삼게 되죠. 두 번째 문제는 업무 시간이 결과물 질에 대한 지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상징처럼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이 야망과 빨리 승진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죠. 세 번째 문제는 우리가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업무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 우리는 다른 동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치를 하고, 뒷말을 하고 분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이 멍청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할지라도 승진을 위해서는 필수입니다. 업무시간 8시간 동안 책상에 처박혀 일만 하면 이런 활동을 하나도 할 수가 없죠.

그래서 당신이 규칙대로 8시간만 일하고 가버리면 동료들은 회사를 좌우하는 핵심층에서 당신을 소외시키고 괴롭히게 됩니다.

이게 싫다면 꼼수를 부리면 됩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잔꾀를 부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기존의 규칙이라는 것이 말이 안되고 답답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갈 방법을 찾는 게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겁니다.

여기 제 방법이 있습니다. 아침 9시에서 5시반까지 규칙적으로 일하는 대신 주 40시간을 일하되 일반적이지 않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일하세요. 하루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일하고 다음 날은 “집에서 일한다(Work from home)”고 말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죠.

매일 규칙적으로 일하는 게 좋다면 8시간의 시작과 끝을 미뤄 오랜 시간 앉아있는 그룹과 같이 어울리는 게 낫습니다. 일반적으로 늦게 출근하는 것이 일찍 퇴근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아침 11시나 12시에 나타나는 건 어떨까요? 다들 당신이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오후 8시까지 일하면 당신은 하루에 11시간을 일하는 사람으로 각인됩니다.

이렇게 늦게 나타나고, 이따금 기대치 못한 시간에 일을 처리하고, 당신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일에 짓눌려있는지 항상 투덜댄다면 현대 시대의 사무실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Financial Times)

원문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 딱 부러진 답 보다는 매우 현실적 조언이네요. 효율과 자기 생활을 위해 9-5를 택하는 현명한 방법 조차 동료의 평판 때문에 변칙을 써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만,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순 없겠죠.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어야지 않을까 생각듭니다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

Recent Posts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7 시간 ago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4 일 ago

[뉴페@스프] 습관처럼 익숙한 것 너머를 쳐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사이다 발언’에 박수 갈채? 그에 앞서 생각해 볼 두 가지 용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벌인 뒤 그에 대한 반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7 일 ago

[뉴페@스프] 점점 더 커지는 불평등의 ‘사각지대’가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