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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역사 수업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미국이 인류사 최초의 원자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은 인류의 집단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죠. 세계 각국의 역사 교과서는 이 중대한 사건을 어떻게 조명하고 있을까요? <워싱턴포스트>는 <레딧(Reddit)> 이용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2,500개 이상의 댓글을 받았습니다. “원폭 덕분에 더 많은 희생 없이 전쟁이 빨리 끝났다고 배웠다”, “원폭 사용(특히 두번째 폭탄)이 불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전 세계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했다고 배웠다”, “2차대전 수업의 일부로 다루어지거나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냉전의 시작이라고 배웠다” 등 다양한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2004년 출간된 <역사수업: 각 국의 교과서들은 미국 역사를 어떻게 다루나(History Lessons: How Textbooks from Around the World Portray US History)>는 보다 학술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필리핀: 무시무시한 원자폭탄에 일본은 무릎을 꿇었다.

캐나다: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한 원자폭탄의 개발에 캐나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이탈리아: 일본이 곧 항복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의 목숨을 무분별하게 앗아간 세력의 과시로 인해 전후 처리(특히 소련 관련)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스티븐스기술연구소의 핵 문제 전문 사학자인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나라들이 원폭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1990년대 미국과 일본의 역사 교과서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 증거가 제시하는 것, 학계의 역사학자들이 오늘날 알게 된 것, 그리고 학생들이 배우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레딧 댓글에서도 이런 간극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한 미국인은 학교에서 배운 원폭 관련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째, 일본인들은 천황을 신과 같이 여겼다. 둘째, 모든 일본인이 천황의 뜻에 따라 미국을 무너뜨리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셋째, 일본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었고, 희생이 더 커지기 전에 이를 막아야 했다. 넷째, 미국은 일본 본토를 침공했을 때의 희생과 원자 폭탄 투하 시의 희생을 비교했고, 후자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섯째, 첫 번째 원폭 이후에도 천황은 항복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폭탄이 사용되었고 이로서 전쟁은 막을 내렸다.”

2000년대 중반에 와서는 미국의 교과서들도 조금 달라집니다. 일본인 희생자들의 시각을 싣기도 하고 미국 정부 관리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는 점까지도 소개하죠. 2차대전 종식 이후 세월이 많이 흐른 데다, 역사 교과서 집필 경향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교과서가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양 쪽의 입장을 소개하고 다양한 시각을 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학생들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요.

일본의 사정은 어떨까요? 일본인 아내와 살고 있는 레딧 유저가 적은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는 히로시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조부모가 도시 외곽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죠. 아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원폭을 다루는 특별 수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폭탄의 작동 원리에서부터, 개발 과정, 방사능의 영향력, 투하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결정 과정, 피해자들이 받은 영향 등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다루는 수업입니다. 일본 본토 침공보다 희생이 적었을 것이므로 “필요악”이었다고 가르치는 미국의 역사 수업과는 아주 다릅니다. 학생들은 평화추모공원을 단체방문하고 도심의 공원에는 추모비가 있어 계속해서 기억을 이어갑니다. 다만 이런 특별 수업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만 있고, 전국 공통의 교육 과정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다른 나라의 레딧 유저들이 남긴 댓글도 몇 개 소개합니다.

호주: 저는 일본어 수업에서 원폭에 대해 배웠습니다. 희생자에게 초점을 둔, 편향된 내용임을 짐작하실 수 있겠죠.

캐나다: 두 번째 원폭은 필요 없었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우리 학교의 사회선생님들은 나가사키 원폭과 관련해 미국을 악당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칠레: 전쟁을 끝낸 폭탄이었다, 라고만 배웠습니다. 아주 간략하게요.

프랑스: 우리는 원폭을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살상이 가능해졌던, 2차대전의 재앙의 일부로 보고 있습니다.

독일: 2차대전사에서는 독일 이야기를 하기 바빠서 다른 끔찍한 일들(미국 원주민 희생, 히로시마, CIA가 민주 정부들을 무너뜨리고 고문에 관여한 일 등)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거나 아주 짧게만 다뤄졌습니다.

인도: 일본이 항복할 생각이 없었는데, 원폭 투하 계획을 듣고는 항복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특히 소련)에 메세지를 보내기 위해 원폭 투하를 감행했다고 배웠죠.

인도네시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은 우리나라가 독립을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 디딤돌이었다고 배웠습니다.

이란: 미국이 첫 번째 폭탄을 떨어뜨리고 일본이 항복했는데도 실험용으로 두 번째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배웠습니다.

한국: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원폭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배웠는데, 첫째는 늘어지는 전쟁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으며, 도덕적 고려가 있었지만 미국인의 희생을 막기 위한 기술적인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둘째는 미국이 전후 정치 지형을 고려해 기술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고, 진주만 공격 후에 이뤄졌고, 원폭 투하 후에는 일본이 항복해 전쟁이 끝났다고 배웠습니다.

뉴질랜드: 전쟁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배웠습니다.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배웠고요, 오키나와와 다른 도서 전투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 미군이 본토 침공 시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선택했다고 배웠습니다.

싱가포르: 왜 폭탄을 사용했나가 문제가 아니었고, 왜 그렇게 많은 희생이 나온 후 뒤늦게 원폭을 사용했나에 초점을 둔 수업이었습니다.

남아공: 왜 원폭을 사용했는지, 그것이 이성적인 행동이었는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1차 자료를 많이 읽었고, 학기말에는 1주일간 원폭 투하는 정당한가를 놓고 긴 토론을 벌였습니다.

영국: 중등학교 교사입니다. 토론 수업에 주제로 즐겨 활용합니다. “원폭 사용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던져놓고, 학생들에게 관련 자료를 나누어준 후 각자 결론을 내리도록 합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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