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에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코노미스트>를 잡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신문이라고 부릅니다.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 즉 바이라인도 없습니다. 사진에 붙이는 위트 넘치는 제목도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웹사이트에 명시된 <이코노미스트>의 사명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성과 그 진보를 막는 쓸모 없고 무기력한 무지함 사이의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코노미스트>가 소유권의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유 시장에 대해 굽힘 없는 지지를 보내온 <이코노미스트>는 수십 년간 지속해서 흑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 그룹은 매출 5억 달러에 9,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공개 기업이지만 매년 봄 재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코노미스트>의 잡지 판매 부수는 160만 부로 2006년의 100만 부에 비해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독자들은 대체로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습니다. 이 중에는 자기 항공기를 통해서 국제회의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전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은 유명 인사도 있습니다.
반면 카를 마르크스는 <이코노미스트>를 두고서 “유럽 금융 귀족주의의 보루(the European organ of the aristocracy of finance)”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정치와 문화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 앤드루 설리번 역시 <이코노미스트>를 “상류층을 위한 리더스 다이제스트”라고 불렀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이코노미스트>의 소유권 변화는 많은 논쟁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를 일본의 닛케이에 판매한 피어슨(Pearson) 그룹은 <이코노미스트> 그룹이 가진 지분의 50%를 시장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피어슨 그룹은 현재 피어슨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 회사인 엑소르(Exor)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 시장을 비롯해 <이코노미스트>의 팬으로 알려진 사람 중에서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복잡한 신탁 제도는 한 사람이 큰 영향력을 휘두르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네 종류의 주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식은 <이코노미스트>의 전직 그리고 현 직원들과 회사의 창업자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A” 주식은 유명한 가문인 캐드버리(Cadburys), 로스차일드(Rothchilds)와 같은 집안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전체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는 “B” 주식이 현재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회가 소유한 주식이 있는데, 이 주식은 A 주식과 B 주식의 매매를 관리하는, “<이코노미스트>의 소유권 독립과 편집권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코노미스트>의 지분 구조는 이들이 그토록 열렬히 지지해 온 자유시장 경제 체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1848년에 설립된 <이코노미스트>의 건물은 버킹엄 궁전에서 멀지 않은 런던 중심가에 있습니다. 경영팀 직원들은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에 위치한 현대식 사무실 건물로 이사했지만, 편집국 직원들은 이사를 거부하고 계속 예전 건물에 남아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은 <이코노미스트>에서 일을 시작한 뒤 자신과 맞지 않으면 아주 짧게 머무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몇십 년씩 머무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문화는 토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와이어드>로 옮겨간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말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기자들은 편집장의 사무실에 모여서 다음 이슈의 주제를 뭐로 정할지 토론합니다. 저는 이 토론보다 더 지적 실력주의가 강하게 드러나는 토론을 보지 못했어요. 정말 지적 토론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완전히 망하느냐의 경우죠.”
기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바이라인이 없는 이유는 토론을 통해서 기자들이 <이코노미스트>라는 이름 아래 한목소리를 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편집장이 쓴 글을 고치기도 하기도 하고 편집장이 글을 쓰기도 합니다. 바이라인이 없어서 기자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왜냐면 독자들이 기자의 이름을 한 가지 주제와 연결하지 않기 때문이죠. 2006년까지 근무했던 빌 에못(Bill Emmott)은 <이코노미스트>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 것은 영어의 전 세계적 확산, 냉전의 종식, 중국의 부상과 같은 이슈들에 <이코노미스트>가 잘 대응했고, 인터넷의 확산이 이러한 효과를 확대했다고 평가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 시대의 상징과 같은 잡지가 된 것이죠.” 23년간 <이코노미스트>에서 근무한 클리브 크룩(Clive Crook)은 말합니다. “핵심은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것이) 독자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뉴욕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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