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내는 케이블 TV 시청료의 상당 부분은 수많은 채널 중에도 특히 ESPN이 가져갑니다. 케이블TV 시청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인터넷 스트리밍이 점차 기존 방송을 대체하면서 ESPN은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구글 벤처의 지글러(M.G. Siegler)가 ESPN이 처한 위기를 분석했습니다. 2년 전 뉴스페퍼민트가 소개한 뉴욕타임즈의 기사와 비교해서 읽어보시면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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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ESPN이 조만간 유명 해설자, 스포츠 평론가들과 계약을 해지하게 될 거라며 ESPN의 부진한 실적을 소개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사실 따로 떼어서 놓고 보면 그렇게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ESPN의 미래를 전망해보면, 케이블 TV를 둘러싼 근본적인 환경 변화와 함께 ESPN도, 그리고 ESPN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이자 모회사 디즈니(Disney)도 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통계가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닐센(Nielsen)의 자료를 보면,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ESPN의 시청자는 무려 320만 가구가 줄었습니다. 여기서 시청자가 줄었다는 뜻은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아예 해지하거나, ESPN이 포함돼있지 않은 보다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탔다는 뜻입니다. ESPN은 대개 여러 채널을 묶어놓은 상품들 가운데서도 평균보다 비싼 값을 줘야 볼 수 있는 상품 묶음에만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 ESPN은 디즈니의 전체 영업 이익 가운데 무려 25%를 책임지는 이른바 알짜배기, 효자 채널입니다. 시청자들이 점점 케이블 TV를 끊고, 저렴한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찾기 시작하는 추세는 디즈니에게도 엄청난 위기입니다.
– 지난 2011년 7월 이후 ESPN은 점점 미국의 각 가정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TV를 틀었을 때 ESPN이 나오는 가구 수가 불과 4년 사이에 7.2%, 약 7백만 가구나 줄었습니다. (1억 가구 -> 9,290만 가구)
– ESPN의 간판 프로그램은 뭐니뭐니 해도 스포츠 소식을 종합해 전하는 스포츠센터(SportsCenter), 이 스포츠센터의 시청률도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시청자들이 스마트폰으로도 모든 스포츠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TV를 통해서 스포츠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케이블 TV 가입자가 줄어드는 건 재정적으로 특히 ESPN에게 큰 타격입니다. 왜냐하면 ESPN은 여러 채널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가는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ESPN이 나오는)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가정은 매달 약 7천 원($6.61)을 ESPN에 지불하는 셈입니다.
– 미국의 위성 방송 사업자 가운데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가 있습니다. 디시는 최근 인터넷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슬링 TV(Sling TV)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디즈니는 슬링 TV에 ESPN 채널을 포함시키는 협상을 할 때 ESPN이 2014년 5월 기준으로 3백만 가구 이상의 케이블 TV 시청자를 잃게 되면 슬링 TV 채널 묶음에서 ESPN을 뺄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이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입니다.
– 만약 ESPN이 다른 채널과 묶어팔기 전략을 버리고, ESPN만 따로 떼어 케이블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와 채널을 시청자들에게 판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케이블 사업자들은 가장 잘 팔리는 주력 상품 채널 묶음에서 ESPN을 선제적으로 빼버릴 수 있다는 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하려 들 겁니다. 이 경우 ESPN은 한 가구당 3만 원 이상($30)을 받아야 지금과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채널 하나를 보는 데 3만 원도 더 되는 돈을 내야 한다면, 시청자가 급감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기존의 케이블 사업자들이 ESPN과 가격 경쟁을 벌여도 아마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 사업자, 콘텐츠 공급자를 포함한 방송 산업이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곳은 HBO입니다. HBO는 “HBO Now”라는 채널을 아예 따로 만들어 기존의 TV가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컴퓨터 등 어떤 기기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스트리밍으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비롯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HBO Now는 상당히 많은 유료 시청자를 확보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HBO의 소유주이자 모회사인 타임 워너(Time Warner)에게도 큰 성공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HBO에 이은 다음 번 실험이자 도전은 ESPN이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언젠가는 케이블 TV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ESPN 채널만 따로 떼어 팔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디시 네트워크의 슬링 TV와 맺은 조건부 계약이 이미 일종의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ESPN과 모회사인 디즈니는 기존의 케이블 TV 채널 묶음 가운데, 그리고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ESPN을 볼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시청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아주 꼼꼼하게 분석했을 겁니다. 디즈니가 슬링 TV의 채널 목록에서 ESPN을 뺄지는 미지수지만, (케이블 TV를 해지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ESPN이 케이블 TV에 가입한 한 가구당 7천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이 액수는 다른 채널은 꿈도 못 꾸는 실로 엄청난 돈입니다. ESPN과 디즈니 입장에서는 케이블 TV가 계속 시청자, 소비자들을 꽉 잡아주는 게, 그래서 엄청난 수입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케이블 T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건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가입자들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아예 케이블 TV를 겪어보지도 못한 세대들이 주요 소비자, 시청자 층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케이블 사업자들에게는 어쩌면 희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케이블 사업자들 대부분이 인터넷 사업도 같이 하고 있어 그들 입장에서는 케이블 TV 소비자들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로 바뀌었을 뿐 고객을 잃는 게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요금 가운데 엄청난 액수를 꼬박꼬박 ESPN에게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ESPN이 케이블 TV를 버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초점을 옮기는 순간, 기존 케이블 사업자들은 아마도 (계약 내용에 따라) ESPN을 기존 묶음 상품 채널 목록에서 당장 빼버릴 겁니다.
반면 ESPN에게 지금 상황은 케이블 TV라는 안정적인 고수익 판매 통로가 갑자기 막혀버린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시청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요? 광고 수익은 얼마나 낼 수 있을까요? TV에서 하는 것처럼 광고 했다간 젊은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광고 단가도 아마 훨씬 낮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ESPN은 지금 원리 자체는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학 방정식을 풀고 있습니다. 케이블 TV를 통해 벌어들이던 수익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갔을 때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역전되는 시점이 이들이 찾고 있는 방정식의 해입니다. 아마도 한동안은 수익이 줄어드는 걸 견뎌내야 할 겁니다. 전체 영업 이익의 25%를 담당하는 자회사의 위기는 모회사에게도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디즈니도 케이블 TV 시대의 종말을 초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500ish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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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쉬 네트워크는 케이블이 아니라 위성 방송 사업자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9773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