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본사는 굉장한 곳입니다. 모든 간식이 공짜이고, 늘 햇살이 반짝이며, 직원들에게서는 좋은 의도가 넘쳐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일을 시작한 첫 주 만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서 모두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분위기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이전의 사고방식을 잊어버리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앞으로 절대 불평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결심을 기억하기 위해 책상에 “겸손하자”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습니다.
제 불평을 디자이너 친구에게 털어놓자 그 친구는 옆의 붙어있는 포스터를 가리켰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저는 이 여자 아이콘에 단단한 어깨를 주기로 다짐했고, 시안을 그렸습니다 – 그렇게 몇 달에 걸친 아이콘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죠.
어깨의 흠을 고친 후에 다스베이더 헬멧 같은 단발머리 디자인도 바꾸고 싶어졌습니다. 포니테일 디자인이 젊고 현대적으로 느껴졌으나, 32픽셀로 크기를 줄이자 세련된 머리스타일이 아니라 쥐꼬랑쥐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긴 머리 스타일도 아이콘 사이즈를 줄이면 형태를 알아보기 쉽지 않아 기존 단발 머리를 유지하고 형태감만 바꾸었습니다.
새 여성 아이콘에 비교하면 예전 남성 아이콘은 딱딱하고 시대에 뒤처진 듯 보였습니다. 머리를 좀 더 부드럽게 다듬고 어깨에도 살짝 기울기를 주었습니다. 남성을 업데이트하면서 페이스북 ‘친구 더하기’ 등 이곳 저곳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의미로 한 명만 있는 아이콘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든 ‘사람’ 아이콘에 남성을 쓴다는 건 불공평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성별에 중립적인 아이콘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제 ‘친구들’ 아이콘에 여성 실루엣의 크기와 위치를 결정지을 차례였죠. 여대를 졸업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친구들 아이콘에 숨겨진 상징과 의미를 읽어내지 않는 게 되려 어려웠습니다. 너무나 명백하게 여성은 남성 실루엣의 그림자에 가려있었고, ‘린 인’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죠.
처음에는 실루엣을 완전히 동등하게 같은 크기로 나열해 딱히 앞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도록 배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개 버전을 만들어 확인해본 끝에, 머리 두 개 가진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고서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는 느낌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여성을 살짝 크기를 줄여 남성 앞에 배치했습니다.
예전의 ‘그룹’ 아이콘은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아이콘을 사용했고, 여성은 중앙에 크게 배치된 남성 아이콘 뒤에 서 있었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실루엣을 써야한다는 것은 자명해보였고, 이번에도 저는 여성을 앞에 배치했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성장하다
새로운 버전의 아이콘 파일을 만들고 이게 규칙을 깨는 건 아닌지 디자이너들이 아이콘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화가 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짐짓 긴장해있었죠. 그러나 대신 마법같이 새로운 아이콘이 회사 상품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맷 세인은 새 남성과 여성 실루엣을 웹 상품에 아무 문제 없이 출시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렉시 로스는 프로필에 있는 성별 옵션을 다시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프로필 아이콘도 업데이트 했습니다. 아이콘의 마스터 브라이언 프릭은 전체 아이콘 킷을 업데이트하고 새 성별 아이콘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의 자발적인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에서 드문 일이 어닙니다. 작년 줄리안 리앙이라는 디자이너는 엔지니어 브라이언 쥬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본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상징은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저는 모든 상징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친숙한 아이콘에도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지요. 이를테면 서류가방이 ‘일’ 을 의미하는 좋은 상징일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시대에 서류 가방을 들고 일을 합니까? 지구상 대부분 사람에게 어떤 상징이 ‘일’을 의미할까요?
제가 여기서 일을 시작한 첫날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가득하다고 판단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 이렇게 불평, 불만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요 기능부터 작은 아이콘 하나까지 사람들에게 쓸모 있고 의미있는 플랫폼으로 남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콘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나요? 제게 연락을 보내주시면 듣고 싶습니다. (Medium 블로그, 페이스북 디자이너 케이틀린 위너)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View Comments
"상징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듣는 귀가 있는 곳이 늘 부럽습니다.
그랜드게임 해결사 01068565679 바둑이 맞고 포커
그랜드게임 해결사 01068565679 바둑이 맞고 포커 https://uploads.disquscdn.com/images/dbd2b0d5ceb8a7136b4f83f76b271cf39e15901fec009d25720a683593278f0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