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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짐머] 마음속에 그림을 떠올릴 수 없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는 듯합니다. 이는 마치 그들의 마음속 눈이 닫혀있는 것과 같습니다. “피질(Cortex)”지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이 증상에 “아판타시아(aphantasi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판타시아(phansasia)”라고 부른 데 착안한 것입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연구에 늘 빠져듭니다. 이를 통해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연구에는 나의 기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5년, 65세의 은퇴한 건축감리사는 엑시터 의대의 뇌과학자 아담 제만을 찾아왔습니다. 간단한 수술 뒤 (제만과 그의 동료들이 MX라 부르는) 그 환자는 자신이 더 이상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만은 이런 증상을 어떤 의학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MX를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마음의 눈이 어떻게 작동하며, 또 우리가 기억을 만들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 얼마나 마음의 눈에 의존하는지에 관해 오랫동안 논쟁해 왔습니다.

MX는 일련의 검사를 받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의 기억력은 나이에 비해 좋은 편이었고, 문제풀이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그의 문제는 단지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만과 그의 동료들은 MX가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그의 뇌를 촬영했습니다. 먼저 MX는 유명한 이들의 얼굴을 보고 그 이름을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그 역시 다른 이들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과 동일한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다음, 연구진은 MX에게 유명인의 이름을 주고 그 얼굴을 상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때에도 얼굴 인식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나 MX의 뇌에서는 이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MX는 마음의 눈이 필요할 듯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토니 블레어의 눈 색깔이나 아래에 꼬리를 가진 소문자(g나 j처럼)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잘 답했습니다. 이는 그의 뇌가 시각적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익혔음을 말해줍니다.

나는 2010년 MX의 사례를 글로 썼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이들이 더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시각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평생을 보냈어요.” 한 독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사람이나 장소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어요.”

점점 더 많은 이메일이 도착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습니다. 곧, 그 이메일들을 제만 박사에게 보낸 것이죠. 그와 그의 동료들도 자신이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연락을 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식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마음의 눈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보냈습니다. 21명이 답을 보냈습니다.

이 질문 중에는 해돋이를 상상해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질문들에 대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어떤 이들은 드물게 무의식적으로 순간적인 이미지를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이름을 들을 때 짧게 그 얼굴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의 집에 있는 창문의 수를 물었을 때, 14명이 정확한 답을 말했습니다. 이들 역시 MX처럼 마음의 눈이 아닌 다른 어떤 방법을 개발했을지 모릅니다.

제만과 그의 동료들은 이들의 대답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대답은 일관적이었습니다.” MX는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집단에 속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또 이들 중 많은 이가 MX와는 중요한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MX는 원래 마음의 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마음의 눈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어떤 이들은 사고로 인해 아판타시아가 되지만, 어떤 이들은 날 때부터 이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캐나다의 학생인 토마스 에베이어(25)는 4년 전 자신의 여자친구와 이야기하는 도중 자신의 아판타시아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여자친구가 1년 전 다른 친구가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녀는 그 친구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죠.” 그는 그가 아는 모든 이들이 마음속에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누군가가 그에게 MX에 관한 내 기사를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계속 구글을 이용해 내 증상을 찾아왔어요. 하지만 뭐라고 찾아야 할지를 알지 못했죠.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에베이어는 제만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역시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자신의 집에 있는 창문의 수를 셀 수 있었습니다.

“이걸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나는 창문이 몇 개인지 알고 있어요. 그 창문들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죠.”

에베이어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고 기뻐했습니다. “이 증상을 부를 이름이 드디어 생겼군요.”

제만은 아판타시아가 실제로 얼마나 흔한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꽤 드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엑시터의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대규모 뇌 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을 가능한 한 많이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통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MX의 사례보다 더 많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이 기사를 보는 이들 중에 자신이 아판타시아라고 생각되신다면, 제만 박사( a.zeman@exeter.ac.uk )에게 연락하길 바랍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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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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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자를 학습하려면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필요한데, '아판타시아' 증상이 있는 사람은 우회적 방법을 통해 한자를 익히겠네요. 이들에 대한 연구도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줄 듯합니다.

  • 밑의 님과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반대이지 않을까요? 중국인들이 대뇌가 유럽인들에 비해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양의 상용한자를 익혀두고 그것을 고를 때 뇌가 더욱 회전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한자가 마음 속 그림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한자는 뜻글자로서, 많은 양의 한자들이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있지만, 뜻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마음속 이미지에 의해서 기능한다고도 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쉽게말해 한자의 뜻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로 치자면 '단어'정도가 될텐데, 소설을 읽을 때 몇 만 단어로 구성된 표현들을 일일이 상상하면서 읽는 사람이 없듯이, 소설 단어를 눈 훑기로 슥슥 읽어내는 이해방식이 그들이 말하는 아판타시아적인 이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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