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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정서 변화, ‘이렇게 빨리 변화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저는 미시간의 이스트 랜싱(East Lansing)이라는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엔 좋은 동네였죠. 좋은 공립학교가 있는 대학 도시였고, 아름다운 캠퍼스, 인종적으로 너무 다양하지도 않고, 시내는 활기차고 걸어다니기에도 안전한 곳이었죠. 그러나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기에는 제가 조금 일찍 태어났습니다. (저는 1978년생입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공식적인 동성애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게이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고, 있다 하더라도 과장된 성격에 이상한 사람이거나 에이즈 환자로 나오곤 했습니다.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하는 것이 고민되는 상황에서 동성 결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1989년 앤드류 설리번이 뉴리퍼블릭에 이제는 유명해진 동성애에 관한 칼럼을 올렸을 때, 설문 조사 회사들은 그 칼럼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제너럴 소셜 서베이라는 곳 한 군데에서만 조사했는데, 그때의 지지도는 12%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50개 주 어디에서든 합법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보는 굉장히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2004년 메사추세츠 주에서 처음 허용될 때까지 미국에서 동성 결혼은 불법이었습니다. 4년 전만 해도 동성결혼이 허락되는 주에 사는 미국인은 5%에 불과했죠. 2008년 대선 때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까지도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을 지라도) 공식적으로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되던 날, 진보적인 캘리포니아 주는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 8 (Proposition 8)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캘리포니아보다 보수적인 주에서도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법안을 승인합니다. 미국인의 60%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보면 동성 결혼 지지는 예측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4년 이래 동성애 지지자 비율은 매년 2.5%씩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제가 2009년, 2011년, 2012년 동성 결혼 지지가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던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이제 오히려 보수적인 시나리오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성 결혼이 피할 수 없는 대세였던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다른 인종 간 결혼은 합법화되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관련 블룸버그 기사 보기) 낙태에 대한 여론은 몇 년째 변하지 않고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동성 결혼은 다른 사안들과 무엇이 달랐을까요?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젊은 세대가 보수적인 세대를 대체한 것이 한 가지 이유로 뽑힙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흐름은 사람들 자체가 바뀐 게 아니라 기존의 사람들이 의견을 바꿨다는 겁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파란석 실선은 2004년 지지도, 파란색 점선은 이들 세대가 대체되었을 때 2014년 지지도가 어땠을까 예측한 결과입니다. 실제 지지도인 보라색 실선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바꾸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지도 향상의 절반에서 2/3 가 기존 사람들이 생각을 바꾼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렇게 여론이 바뀐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아는 게이나 레즈비언이 있으면 사람들이 의견을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게이 캐릭터도 예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에반 설리반이나 에반 우프슨 같은 행동주의자들도 변화에 박차를 가했죠.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빠르게 변화한 이유)

저의 편향된 의견으로는 동성 결혼을 주장하는 측이 할 말이 훨씬 많고 논리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평등의 측면에서도 자유의 측면에서도 주장이 앞뒤가 맞죠. 동성결혼은 기본적으로 결혼이고 결혼은 가족과 커뮤니티에 기반한 사회를 만드는 제도입니다. 보수적인 견해에 근거해 바라보더라도 격렬히 반대할 이유가 부족해 보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가르침은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완전하지 않고 바뀐다는 겁니다. 폴 그래함이 2004년에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는 역사에 걸쳐 항상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매번 말도 안 되게 멍청한 믿음을 가지고, 너무 깊게 믿은 나머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우리의 시대는 다를까? 역사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답은 거의 확실히 ‘아니다’ 라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 시대가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것을 올바르게 가져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우연일 것이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에서 불과 수십 년 만에 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동성애자는 감금되고, 구타 당하고, 저주받고 살해되던 “입에 올릴 수조차 없는 사랑”에서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물론(네이트 실버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입니다), 미국이 문제에 올바르게 대답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밤 저는 그 결정을 축하하는 60%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폴 그래함이 말했듯이 세상에는 오늘날 맞게 느껴지는 도덕적 기준이 우리 자식이나 손주 세대에 가서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느껴질 만한 사안이 여럿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밤 축하를 하더라도, 겸손합시다. 동성 결혼은 이 사회가 가치관을 바꾼 첫 번째 사안이 아니고, 마지막 사안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이 변화가 내가 살아가는 세대 안에서 빠르게 일어나, 우리가 이 변화를 당대에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네이트 실버의 538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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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 동성연애, 동성연애자 표기에서 '연'을 모두 빼야합니다. 이성애자를 '이성연애자'라고 부릅니까?

    • 그렇네요. 관련 글을 많이 써보지않아 단어가 한국 단어가 익숙치않았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 한국과 일본이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분위기와는 달리, 저런 급격한 진보가 사회통합의 요소로서 작용한다는게 참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진보를 그저 사회의 보호막을 깨는 걸로만 치부하는 세태는 분명, 반성할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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