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란, 고양이와 같이 큰 대상도 작은 입자처럼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이, 커다란 대상은 이런 양자역학적 특징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이들이 환경과 간섭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적 대상이 주변의 입자나 장(field)과 상호작용하는 순간, 이 대상은 하나의 상태로 붕괴되고 따라서 우리는 붕괴 후의 단일한 상태만을 일상에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5일 네이처 지에는 주위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대상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지표면이나 다른 행성의 표면에서는 양자역학적 중첩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고양이가 양자역학적 특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행성의 표면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비엔나 대학의 이고르 피코프스키는 그 이유가 바로 중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피코프스키와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논문에는 수학적인 증명만이 쓰여있습니다. 그러나 실험물리학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롭고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의 헨드릭 울브리흐트의 말입니다. 그러나 실험에는 10년 정도가 걸릴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이들은 이들의 주장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무거운 물체는 자신의 중력으로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하고, 그 결과 시간을 느리게 가도록 만듭니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한 시간을 보낼 동안, 지구에서 7년이 지난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지구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구 표면에 가까운 분자는 표면보다 먼 분자보다 미세하게나마 느린 시간의 흐름을 겪습니다.
피코프스키 팀은 분자의 위치가 분자 내 원자의 진동이 만드는 내부에너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분자가 두 위치의 양자 중첩 상태에 있게 된다면, 위치와 내부에너지 사이의 연관성 때문에 분자의 중첩 상태가 깨어지며(decohere) 곧 하나의 위치로 붕괴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결잃음(decoherence)은 외부요인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분자의 움직임과 내부에너지가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이 효과가 현실에서 관측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이는 자기장, 열복사, 열진동 등의 효과가 중력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험물리학자들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같은 비엔나 대학의 실험물리학자 마커스 안트는 고양이만큼 크지는 않지만 고분자 정도의 크기를 가진 대상의 양자 중첩 상태를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분자가 두 경로 중 하나의 경로를 택해야 하는 물질파 간섭계에 고분자를 주사하고 간섭무늬를 관찰해 고분자 역시 두 경로를 동시에 취한다는 것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같은 원리를 이번 논문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간섭계를 중력에 대해 수평으로 놓은 경우와 수직으로 놓은 경우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만약 중력이 고분자의 양자상태를 빨리 붕괴시킨다면, 수직으로 놓인 간섭계의 간섭무늬가 더 쉽게 사라질 것입니다. 이미 810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고분자로 간섭실험을 한 적이 있는 안트는 고분자 내에는 다양한 내부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을 위해서는, 결잃음을 일으키는 다른 요소들을 제어해야할 뿐 아니라, 분자의 두 수직 경로차이를 수 밀리미터에서 수 미터로 벌리거나, 지금보다 100만 배 더 무거운 고분자를 사용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트리스테 대학의 안젤로 바씨는 중력 때문에 거대 물체의 양자역학적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면, 우주에서 이를 실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것은 새로운 주장은 아닙니다.” 중력장은 곧 또다른 환경에 불과하며, 정말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거대 물체에게서 양자역학적 특징이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피코프스키와 그의 동료들이 말하는 이 효과는 양자역학과 중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표현하려는 양자중력이론과는 무관합니다.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양자역학이 고전적인 일반상대론에 적용된 결과일 뿐입니다. 즉, 물리학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그런 발견은 아닙니다.”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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