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경제

미국은 지금, 기업의 정치 기부금에 관해 열띤 논의중

1999년 타임 워너의 CEO는 기업의 정치 기부금이 미국 정치를 망칠 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타임 워너는 정당 위원회와 같은 조직에 선거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기업의 정치 기부금에 관한 다양한 논의와 수많은 판결이 있었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잘 알려진 2010년 시티즌스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기업이 후보자와는 “독립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이슈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액수의 제한 없이 돈을 쓸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기업의 정치 기부금에 관한 정보가 얼마나 공개되어야 하는지, 이 결정은 누가 내려야 하고 이것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지난 3월 뉴욕 주 감사원장(New York State Comptroller)이자 공공 연금 관리 책임을 맡은 토마스 디나폴리(Thomas P. DiNapoli)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스틸 (United States Steel) 사를 상대로 최근 정치 기부금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스틸은 뉴욕 공공 연금 펀드가 2천만 달러의 가치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디나폴리는 성명서에서 주주들이 기업의 정치 기부금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쓰이는지 알기 위해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또 한 번 ‘돈잔치’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돈이 선거와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이 성명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엄청난 규모의 돈이 정치인의 선거 캠페인에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 민주주의를 해치고 정실주의를 양산하며 기부할 만한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기업의 지배 구조가 기업이 정치 기부금을 늘리는 데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들이 사실상 정책을 돈으로 사고 팔며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일반 사람들의 믿음과는 배치되는 일입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선거에서 돈을 쓰는 것이 가져올 위험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은 독립 조직에 돈을 얼마든지 쓸 수 있게 됐지만, 지난 2014년 중간 선거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투자가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소비자들이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정보 공개 투명성 운동 때문에 기업들의 정치 기부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돈을 정치 기부금으로 낼 때 정보가 공개되면 CEO는 이를 주주들에게 설득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대표하는 몇몇 단체들은 정치 기부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 기부금과 관련된 기업의 정보 공개가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고 있는 기업의 정치 자금 활동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식 시장에 등록된 공개 기업들의 활동을 살펴봤을 때 선거 자금법을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기업들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선거 자금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매우 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상위 1% 부자들이 쓰는 돈입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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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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