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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파키 블로그] 뿔공룡 알의 저주

화석 알에 관한 한 뿔공룡(각룡류)들은 쉴 틈이 없습니다. 첫 번째 뿔공룡 알이라고 생각되었던 화석은 1920년대 몽골에서 발견되었으며 프로토케라톱스의 알로 추정되었습니다. 몇몇 “프로토케라톱스” 알들이 불행하게도 또 다른 공룡인 오비랍토르(“알 도둑” 이라는 의미)의 턱 근처에서 화석화된 채 발견되어 오비랍토르가 프로토케라톱스의 둥지에서 알을 훔치려고 했던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둥지를 습격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오비랍토르는 아마도 알들의 부모로 알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다른 알들 및 배아에 대한 연구를 통해 프로토케라톱스 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오비랍토르 내지는 그 가까운 공룡의 알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뿔공룡 애호가로 저는 2008년에 진짜 각룡류 알과 배아가 발표되었을 때 무척 흥분했습니다. 에이미 발라노프와 동료들이 백악기 후기의 암석(9천만~7천만 년 전으로, 정확한 연대는 불확실합니다)에서 발견한 알을 보고했는데, 알 한쪽 끝에는 작은 뼈가 몇 개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공룡의 배아였습니다! CT(Computed Tomography, X선을 이용해 물체 안을 들여다보는 방법) 스캐닝을 하자 더 많은 뼈를 볼 수 있었고, 그 중에는 특히 각룡류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 부분의 뼈도 두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숟가락처럼 생긴 전치골(predentary)로 아래턱의 앞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식물을 잘라내는 데 사용되는 뼈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턱관절에 위치한 뼈들 중 하나인 방형골(quadrate)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전치골은 이 공룡의 정체를 초식공룡으로 좁혀주는 역할을 했으며 (오비랍토르 같은 수각류 공룡들에게서는 전치골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방형골의 모양으로 보아 각룡류일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해당 지층에서는 역시 각룡류인 야마케라톱스(프로토케라톱스와 가까운 친척입니다)가 발견된 적이 있어 이 배아가 야마케라톱스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한 가지 수수께끼는 알껍질이었습니다. 알껍질은 맨눈으로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미세구조를 보면 매우 특징적이어서 어떤 동물이 낳은 알인지에 대한 정보를 줍니다. 예를 들면 알껍질에 몇 개의 층이 있는지, 그리고 광물들이 각 층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는 동물들마다 다릅니다. 거북의 알껍질 같은 경우는 한 층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몽골에서 발견된 각룡류의 알껍질에는 세 개의 층이 있는데 이것은 보통 수각류(예를 들면 오비랍토르나 초기 조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각룡류의 뼈가 알 속에서 발견되었으며, 각룡류의 알껍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각룡류의 알껍질도 수각류의 알껍질과 같은 구조로 수렴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알껍질은 공룡 전체에서 여러 차례 진화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법입니다.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새로운 논문은 원래 논문의 두 저자도 참여한 것으로 이 알이 다른 종류의 공룡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각룡류가 아니라… 조류라는 것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날개가 있고 깃털이 달려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공룡과 거대한 몸집으로 식물을 먹으며 네 다리로 다니는 공룡을 혼동할 수가 있다는 거지? 보통 사람이 보아도 뚜렷하게 다른 것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알 속에 있는 배아의 뼈들은 그에 상응하는 성체의 뼈들과 무척 다른 형태입니다. 알에서 깨어나 동물이 자라기 시작해야 각 공룡들의 독특한 특징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알 속에 있는 뼈의 방향을 정확히 알거나 어떤 뼈가 어떤 뼈인지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하이테크 영상기술(CT 스캐닝 등)을 사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해석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연구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암석에서 뼈를 구분해내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게 됩니다. 이게 뼈인가, 아니면 뼈처럼 생긴 암석인가? 여기 보이는 것이 두 개의 뼈인가, 아니면 뼈 하나가 중간에 부러진 것인가? 가장 좋은 조건 하에서도 모호함이 끼어들 여지는 있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전치골로 보이는 뼈로 미루어볼 때 이 알을 “각룡류”의 것이라고 보는 것은 첫 번째 논문에서 제시되었던 것처럼 합리적인 가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습니다. CT 스캔 결과의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다른 연구자들도 확인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꽤나 흥미로운 토론이 전개되었고, 원 논문 저자 두 명(에이미 발라노프와 마크 노렐)에 공룡-조류 전문가인 데이브 바리치오 (새로운 논문의 주저자)가 합류하여 자료 전체에 대한 재해석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원 논문에서는 알이 반대방향으로 놓여있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즉, 안에 들어있는 공룡의 앞쪽이 뒤쪽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원 논문에서는 많은 수의 뼈들의 방향도 잘못 해석되었습니다. 각룡류의 윗팔뼈(humerus)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조류의 넙다리뼈(femur)였고, 정강뼈(tibia)는 알고 보니 자뼈(ulna)였고, 기타 등등.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배아의 뼈들이 얼마나 특징이 없는지를 생각하면 이건 꽤나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 입니다. 방형골과 전치골은 더 기묘합니다. 방형골은 아마도 골반뼈인 것 같지만 “전치골”이 정말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어쩌면 척추의 일부일 수도, 차골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뼈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방향을 바로 잡고 나면 대부분의 뼈들은 각룡류의 골격보다 조류의 골격에 더 잘 들어맞습니다.

고비 사막의 알이 조류의 것이라면 세 층으로 이루어진 알껍질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공룡 무리들 중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층을 가진 알껍질은 확실히 수각류(많은 수의 조류를 포함하여)에서만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추가로, 이 배아는 고대 조류의 배아 발생을 연구하는 데 있어 보기 드문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이전의 발견들은 비조류 공룡과 초기 조류, 그리고 현생 조류들 사이의 몇몇 중요한 발생과정 상의 차이를 보여주었으니 새로 확인된 고비 사막의 조류 알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이런 차이점이 진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뿔공룡의 알과 배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분명히 박물관 서랍 어디엔가, 혹은 야외 노두에 확인되지 않은 표본들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지금 어린 트리케라톱스가 있는 둥지가 하나 발견된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요.

고생물학자로 개인적인 고백: 제가 2008년 논문의 익명 심사자 중 한 명이었는데, 특히 전치골은 이것이 각룡류임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2008년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자료, 그리고 당시 볼 수 있었던 그림과 해석 등에 기반하여 저는 이 알이 다른 종류의 초식성 공룡의 알일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류”의 알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새 논문을 보자 “조류”의 알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실해 보였는데 그건 지금 와서 표본의 방향을 바로 잡고 추가 정보가 많이 공개된 후니까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입다. 제 생각에 이번 경우는 동료 심사도 때로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이자 데이터 포인트 (anecdata point)가 아닌가 합니다. (The Integrative Paleontologists)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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