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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르 귄 인터뷰] ‘부드러운’ 공상과학과 인류학, 그리고 종교에 대하여

인터뷰어: 제가 느끼기엔, 당신의 작품보다 ‘공상과학소설’이란 명칭에 더 들어맞을 만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아서 C. 클라크 같은 사람처럼, 특정한 과학적 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을 쓰는 사람 말입니다. 반면, 당신의 소설에서 ‘하드 사이언스’란 아마도 철학이나 종교, 사회과학보다는 덜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어슐러 르 귄(이하 르 귄): ‘하드’한 소설을 쓰는 공상과학작가들은, 음, 물리학과 천문학과 어쩌면 화학 외 나머지는 모두 거부하죠. 그들에게 그 나머지는 과학이 아니며 뭔가 ‘소프트한’것들이죠. 그들은 인간 존재가 뭘 하는지에 대해 사실 관심이 없지만, 나는 그렇습니다. 나는 사회과학에 크게 의존합니다. 특히나 인류학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죠. 내가 다른 행성과 또다른 세계 위에 사회를 창조할 때, 단순히 제국이나 그 비슷한 것 하나(의 예시)를 보여주는 대신 그 사회 자체의 복잡성을 내비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터뷰어: 그게 아마도 당신의 소설이 소위 ‘문학’서클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 이유일까요? 인간의 복잡성이나 심리학과 더 관련되어 있기에?

르 귄: 그런 요소 덕분에 공상과학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내 소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죠. 그러나 최근까지도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은 심한 편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니, 멋진 일이죠. 내 직업상 대부분, ‘공상과학’이라는 딱지가 달라붙는 건 죽음의 키스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건 화성인이나 촉수괴물 따위와 함께 조그만 상자에 갇힌 채 리뷰를 당한다는 뜻이었죠.

인터뷰어: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저명한 인류학자의 자녀로 자란다는 건 어떠했나요? 작가로서 인생을 시작하는 데 기여했나요?

르 귄: 거의 수십억 번은 받은 질문이지만 정말이지 대답하기 어려워요. 물론, 아버지의 흥미와 기질이 준 영향이란… 음, 뭔가 개념적인 어투로 말하고 있네요. 그는 모든 것에 흥미를 가졌어요. 그런 정신과 더불어 사는 일 자체가 교육의 일종이죠. 그가 종사하는 과학은 인문학이었고 그건 소설가로서는 정말이지 행운이었죠.

거의 매번 모든 여름을 아버지가 사들인 나파 밸리의 목장에서 보냈어요. 참으로 허름하고 아늑한데다가 우리 부모님은 엄청나게 많은 손님들을 불러들였죠. 아버지는 동료 학자들과 외국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곤 했어요. 이땐 1930년대 후반이었고 전세계로부터 온 망명자들이 있었어요. 손님들 중 “소식원(informant)”이라 불렸던 몇 명의 아메리카 인디언이 있었어요(지금은 이 단어를 쓰지 않죠). 아버지는 그들을 일을 통해 알게 되어, 언어와 관습을 익히고 친구가 되었죠. 그들 중 한 명이었던 후안 돌로레스(파파고, 아니면 오드함 부족이었어요)는 정말 가족 모두의 친구였어요. 몇 주나 한 달 정도를 머무르곤 했죠. 말하자면 아메리카 인디언 삼촌이 있었던 셈이죠. 진실로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어마어마한 선물이었어요.

인터뷰어: 그 선물의 성격은 무엇이었나요?

르 귄: 아마도 그저 타자”에 대한 경험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겪지 못하든지, 기회가 와도 잡질 않아요. 산업화된 국가에서 모두는 “타자”를 TV나 그 비슷한 것으로 경험하지만, 그건 함께 사는 것과는 달라요. 단지 한두 명이라 할지라도.

인터뷰어:산토끼만큼이나 비종교적으로 자랐다”고 말씀하셨죠. 그럼에도 당신의 수많은 글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드러납니다.

르 귄: 그렇다고 생각해요. 단, 그걸 종교적 기질이라 부를 수는 없는데, 문제는 ‘종교’라는 단어에 있거든요. 나는 도교와 불교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고 그 둘로부터 많은 걸 배웠어요. 도교는 이미 내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일부나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그걸 정신에 드리운 종교적 색채가 아니라고 한다면, 영적인 무언가라 불러야 할 테고 그건 좀 왜곡된 느낌이죠. 종교가 다루고자 하는 큰 주제들이 있으며 나는 분명 거기에 관심이 있어요.

인터뷰어: 도교와 불교가 미친 영향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르 귄: 도교는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이끌어갈지를 알려줬어요. 신 문제로 빠져들어가지 않고도 세상에 이치를 부여할 방법을 찾아헤매던 청소년 시절에 말이죠. 노자에게로 돌아가 몇 년을 보내며 나는 언제나, 그가 내가 원하고 배우려 하는 것들을 제공한다고 느꼈어요. 내 도덕경 번역, 혹은 판본, 뭐라 부르든 그건 길고 행복한 유대의 결실입니다. 불교에 대한 내 지식은 훨씬 얕을 뿐더러 최근에 쌓인 것이지만, 어떻게 명상을 유용하게 활용할지 보여 주고, 내 도덕적 나침반이 꾸준히 북쪽을 가리키게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인터뷰어: 커트 보네거트는 1977년 그의 ‘소설의 기예’ 인터뷰에서 인류학을 그의 유일한 종교라 칭했지요.

르 귄: 나한텐 충분하지 않지만 그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진 아주 잘 알아요. 어려움에 처하면 돌아가는 지점이죠. 내 영웅을 꼽자면 아마 찰스 다윈일 겁니다- 그가 지닌 정신의 그릇, 온갖 종류의 과학적 호기심과 지적 탐구를 포함하며 그 모두를 한데 엮을 수 있는 능력 말이에요. 다윈의 사고엔 순전한 영성이 깃들어 있어요. 그도 그걸 느꼈겠죠.(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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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ten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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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도덕경'과 '노자'를 같이 수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놓친 부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금 수정했습니다.

    • 네, ‘도덕경’과 ‘노자’를 같이 수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놓친 부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금 수정했습니다.

  • 원문과 비교해 보니까 인도인이라는 단어는 문맥상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보는 게 낫겠습니다. 오드함 부족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원주민이라서요.

    • 먼저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구체적인 사정을 말씀드리면, 'Science Fiction'이라는 어휘를 어떻게 옮길 것이냐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무난한 형태가 약자인 'SF'로 옮기는 것이겠지만, 일단 번역시의 기준들 중 하나는 '가능한 한 가장 자주 통용되는 한국어 어휘로 옮긴다'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요약문에만 'SF'라는 표현을 제시했습니다.

      SF 장르를 애호하는 입장에서는 '공상'이라는 어휘가 전달하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과학 소설'이라 번역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페퍼민트 독자들 중에는 SF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분들도 있고, 또 '과학 소설'이라는 번역 역시 그 뉘앙스가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어휘인 '공상과학'을 택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발췌하여 전달한 본 기사 부분에서는 SF를 바라보는 기존의 부정적 시각이 드러나 있기에, 맥락상으로 볼 때도 '공상과학'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어휘 선택의 구체적인 이유와 그 배경을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역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SF장르에 애정을 가진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댓글을 보시는 분들 중 SF를 직접 번역하신 경험이 있거나, 실제로 번역된 사례(및 그 맥락)를 제시해 주신다면 향후 관련 기사를 번역할 때 참고하겠습니다.

    • 먼저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구체적인 사정을 말씀드리면, ‘Science Fiction’이라는 어휘를 어떻게 옮길 것이냐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무난한 형태가 약자인 ‘SF’로 옮기는 것이겠지만, 일단 번역시의 기준들 중 하나는 ‘가능한 한 가장 자주 통용되는 한국어 어휘로 옮긴다’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요약문에만 ‘SF’라는 표현을 제시했습니다.

      SF 장르를 애호하는 입장에서는 ‘공상’이라는 어휘가 전달하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과학 소설’이라 번역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페퍼민트 독자들 중에는 SF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분들도 있고, 또 ‘과학 소설’이라는 번역 역시 그 뉘앙스가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어휘인 ‘공상과학’을 택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발췌하여 전달한 본 기사 부분에서는 SF를 바라보는 기존의 부정적 시각이 드러나 있기에, 맥락상으로 볼 때 ‘공상과학’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어휘 선택의 구체적인 이유와 그 배경을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역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SF장르에 애정을 가진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댓글을 보시는 분들 중 SF를 직접 번역하신 경험이 있거나, 실제로 번역된 사례(및 그 맥락)를 제시해 주신다면 향후 관련 기사를 번역할 때 참고하겠습니다.

      • 제 생각으로는.. Science Fiction 은 '과학소설' 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독을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공상과학의 '공상' 부분은 Fantasy & Science Fiction 의 Fantasy 에서 왔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라고 볼 수 있겠구요. SF 를 잘 모르는 독자라고 해도 '과학소설' 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기존의 '공상과학' 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공상과학' 의 내용 - 실제로는 Science Fiction 과 일치하는 - 을 떠올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학소설' 을 Science Fiction 의 번역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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