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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체국의 본보기 싱가포르 우체국

독일의 여성용 속옷 브랜드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Triumph International)이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려 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물건을 고르고 사는 일이 보편화된 지금, 전자 상거래(e-commerce)에 필요한 웹사이트 제작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 상품 배달, 고객 서비스까지 모두 믿고 맡길 수 있는 현지 회사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벌써 생겨난 지 20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싱가포르 우체국(SingPost)입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데 갑자기 웬 싱가포르냐고요? 싱가포르 우체국은 말레이시아 뿐 아니라 주변 총 12개국에 24개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체국은 편지, 소포만 전달해주는 곳 아니냐고요? 전통적인 우편 배달 서비스도 물론 계속하고 있지만, 이제 종합 물류, 유통, 혹은 고객 서비스와 같은 기능도 우체국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가 됐습니다.

이처럼 변화를 꾀하는 건 싱가포르 우체국만이 아닙니다. 일본 우체국은 호주에서 가장 큰 물류 유통 회사인 톨 홀딩스(Toll Holdings)를 인수해 UPS나 페덱스 같은 종합 물류회사를 운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약 6조 원 가량 적자를 낸 미국 우체국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아마존과 계약을 맺고 일요일 배달 업무를 대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주 우체국도 중국 최대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와 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아마존과 가장 흡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꼽으라면 아마 싱가포르 우체국일 겁니다. 싱가포르 우체국은 소매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온라인 상에서 특정 국가, 지역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 출신 인재들이 곳곳에 포진해 유통, 판매 대행 뿐 아니라 웹사이트 개발과 온라인 마케팅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우체국은 한국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싱가포르에서 도시바 노트북 컴퓨터를, 말레이시아에서 아디다스 신발을 팔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우체국의 CEO인 바이어(Wolfgang Baier)는 싱가포르의 지리적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아시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죠. 싱가포르와 그 주변에 사는 소비자만 6억 명이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로 5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총 22억 명입니다.”

오랫동안 국영 기업이었고, 2003년에서야 주식을 상장한 싱가포르 우체국에서 전자 상거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한 마디로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4년 만에 60%나 성장한 전자 상거래 부문은 현재 싱가포르 우체국이 올리는 수입의 1/4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싱가포르 우체국 지분의 10%를 약 2,700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자 상거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싱가포르 우체국은 무척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싱가포르 우체국이 전자 상거래를 전담하는 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2년 전입니다. 단순히 물류, 유통만을 담당하는 외주 업체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 인력 30명이 본사에, 200명 이상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물류, 유통 부문에서도 싱가포르 우체국은 혁신을 거듭해 왔습니다. 각 지역, 나라별로 물류 창고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유통 체계를 재편했고, 각 나라마다 다른 관세 규정 때문에 원활한 유통을 가로막을 수 있는 통관 절차를 각 물류 창고별로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해 효율성을 더했습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중추 물류창고에는 약 2천억 원을 투자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들은 하나 같이 인구가 많고,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쇼핑의 주요 고객입니다. 중국의 휴대전화 생산업체 샤오미(Xiaomi)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지사를 열었습니다. 싱가포르 우체국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샤오미 휴대전화 매출의 80%는 전자 상거래를 통해 이뤄집니다. 싱가포르 우체국은 샤오미 전용 물류창고를 지어 쏟아지는 주문에 맞춰 배송 작업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샤오미 동남아시아 지사장인 비커스(Steve Vickers)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자 상거래가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샤오미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 앞부분에 소개된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의 경우 동남아시아 고객들이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싱가포르 우체국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의 싱가포르 지사장 도이(Teo Doy)는 싱가포르 우체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망설임 없이 답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6억 8천만 명 소비자를 직접 상대할 수 있어요. 중국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숫자죠. 어마어마한 겁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도 싱가포르 우체국과 일을 할 겁니다. 이제 우체국을 편지만 보내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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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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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우체국이 전자상거래로 쏠쏠하게 이득을 보고있죠. 다만 한국은 문어발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흔해서 택배업체를 인수한 대기업들이 계열사인 택배업체에 일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우체국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쉽지만요.
    게다가 얼마전에는 우체국같은 공기관이 택배시장같은 민간영역에 진출하는건 공정하지 않다는식의 대기업들의 반발도 있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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