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차 문제, 혹은 트롤리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이 문제를 모두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5명의 아이를 태운 작은 기차가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기차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 앞에 있습니다. 당신이 이 기차의 진로를 바꾼다면 아이들은 살게 되겠지만, 다른 무고한 뚱뚱한 남자가 기차에 치여 죽게될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기차를 그대로 두어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둘 건가요? 아니면 기차를 돌려 아이 다섯 대신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들 건가요?
희생 문제로 알려진 이런 종류의 사고실험은 대학 신입생에게 도덕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에는 적합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fMRI 기계 속의 지원자에게 묻고 이들의 답을 통해 도덕적 판단과 뇌과학 사이에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뇌과학자 몇몇은 이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에 문제가 있는 이유는 이 딜레마가 철학적으로 매우 부족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생 문제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문제와 다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실천윤리학 연구소 부소장 가이 카하네는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딜레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딜레마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학적으로 볼 때, 희생 문제는 전혀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문제입니다. 당신이 이 문제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도덕적 판단 기준은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면 당신은 공리주의적(utilitarian)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행동을 거부한다면, 당신은 비공리주의적(혹은 “의무론적(deontological)”)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리주의자는 결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인 반면, 의무론자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따라서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관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 관점을 극단적으로 밀고간 이가 바로 칸트입니다.) 내가 분명 ‘간단히 말해서’라는 말로 앞 문장을 시작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이 두 판단기준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공리주의는 어떤 뜻일까요?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처럼, 당신이 일반적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언제나 더 큰 선(good)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곧 당신은 “편협하고 본능적인 당신의 동정심을 초월해 … 더 많은 인간 혹은 이성적 존재들의 더 큰 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능동적으로 선을 최대화하도록 모든 행동을 결정하리라는, 그런 기계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런 “공리주의”를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위의 딜레마에서 “그냥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는 선택을 한 사람들을 “말하자면 공리주의(scarequotes utilitarianism)”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그러나 이 문제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이런 실제 “공리주의”와 “말하자면 공리주의”의 차이가 거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뚱뚱한 남자를 죽이는” 결정을 한 이들이 공리주의 윤리학, 곧 전지적 관점에서 더 큰 선을 추구하는 그런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카하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희생 문제가 잘못 이해되고 적용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로 평범한 사람이 공리주의자인지 의무론자인지를 실제로 나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들이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그런 경향을 보일지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는 답을 한 이가, 비록 그가 진정한 공리주의자로써 자신의 재산 중 90%를 모르는 이에게 기부해 모두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결정을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렇지 않은 답을 한 사람보다는 더 기부를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일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를 알아보기위해 카하네는 다른 옥스포드의 철학자들과 함께 일련의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즉, 트롤리 딜레마가 실제로 얼마나 그들의 도덕 기준을 말해주는지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지난 1월 “인지(Cognition)”지에 이들의 그 문제의 답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The Last Word On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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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utilitarian'이라는 용어는 '실용주의적(=pragmatic)'이라는 번역보다 '공리주의적'이라는 번역이 적합합니다. 본문에서 인용된 존 스튜어트 밀도 '공리주의'적 사유를 전개한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의 주저도 [공리주의]이고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공리주의 윤리학', '공리주의자' 등의 번역으로 읽힐 때 본문의 메시지 역시 원활히 전달된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
"2부로"의 링크가 잘못되어 있네요. URL의 날짜 표시를 수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링크를 다시 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