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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문제와 사이코패스(2/2)

공리주의적 대답(곧 “뚱뚱한 남자를 죽이자”)을 한 이들은 그저 현실에서 공리주의를 반영하지 않는 이들이었을 뿐 아니라, 사실 비사회성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즉, 낮은 공감능력을 가졌고 또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이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그런 두 종류의 피해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겁니다. 사실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다”고 답한 이들은 만약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그 뚱뚱한 남자를 죽일것 같은지라는 질문에도 높은 가능성을 표했습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종류의 문제인, 여러명의 포로를 숨겨주기위해 우는 아기의 목을 조를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성공은 적자생존의 결과이며, 나는 패자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 사이코패쓰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공감능력 테스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남에게 이용당할때 나는 그들을 보호하고싶은 기분을 느낀다.”) 즉, “말하자면 실용주의”자들은 사실 “더 큰 선(good)”과는 관계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위의 결과로부터 “공리주의적” 대답이 실은 다양한 비도덕적 판단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일까요? 그것은 최근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이 희생문제를 바탕으로 뇌와 도덕적 판단의 관계를 연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여러 논문에서 다수를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실용주의적 판단으로 분류하고 의도적인 공리주의적 비용-이익 분석 사고의 결과로(Cushman, Young, Greene, 2010), 혹은 구체적인 신경회로의 결과(Greene, 2008; Greene et al., 2004)로 가정하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이런 류의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를 해왔습니다. 2001년, 도덕적 인지에 대한 최초의 뇌영상연구가 바로 fMRI 속의 자원자에게 이 딜레마를 묻고 도덕성과 뇌과학사이에 어떤 중요한 결론을 내린 연구였습니다. 이 연구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다양한 후속연구를 낳았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하나의 분야가 만들어지면 같은 방식의 실험이 계속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저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뇌과학에 이런 문제가 지적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얼마전 사이코패스의 뇌에 “어둠의 영역(dark patch)”이 발견되었다는 오보나 MRI 스캐너 안의 죽은 연어에게 사람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신호가 검출된 사건 등은 이 분야가 과학에 충분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표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하네는 단지 트롤리 딜레마같은 부족한 예가 아닌, 보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공리주의 도덕적 사고를 구별할 수 있는 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뇌과학(Social Neuroscience)”지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도 그는 도덕성을 분류하기보다 그저 비즈니스 스쿨의 사이코패스를 구별하는데 더 유용한 트롤리 문제를 버려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바로 “자신만을 고려하는 편협한 관점을 초월해 관심의 범위를 확장하게 만드는, 그 결과 지역적, 시간적, 생물학적 거리를 넘어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구별하는 방법입니다. 뇌과학자들은 이런 방법과 함께 그들의 뇌 영상기법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21세기 우리 인류가 가져야할 도덕적 기준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 블로그*를 읽고 있다는 것은 곧 다가올 기후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그런 운이 좋은 환경에서 당신이 태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나라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고 당신들은 이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당신이 들어보지도 못한 장소에 드론을 이용해 폭격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스마트폰 역시 당신이 가봤을 리도 없고 신경쓰지도 않는, 그런 공해가 가득한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해체됩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적어도 과학논문에서 도덕을 그저 숫자놀음으로 다루는 것은 아닐겁니다.

뇌과학자들이 탄 열차는 절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 한 명이 스위치 앞에 서 있습니다…

1부로

(LastWordOn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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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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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기사입니다. 데닛의 철학적 비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에요.
    1. 빨간색은 빨간색 민감성 세포가 반응해서 만들어진다.
    이 주장은 그럴듯 해보입니다. 하지만 만일 이런 세포를 배양해서 따로 접시에 담아놓으면, 거기에 전기 자극을 가할 때 마다 "빨강 의식"이 생산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얼마나 황당합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절단된 손'도 똑같이 통증 의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절단된 손이 아파하지 않도록 마취를 따로 놔드려야 한다는 기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감각질은 뇌 신경의 상호작용에 의해서지, 세포 몇개를 자극한다고 생성되는 게 아니란 거죠.
    2. 도덕 논리도 그렇습니다. 공리주의=실용주의가 아닙니다. 공리주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답이고, 실용주의는 '현실적' 딜레마에 대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손 하나하나에 고통 의식이 있다고 가정하는 게 해괴하듯이, 실용주의적인, 실은 이기적인 해결책을 두고 도덕의식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 또한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한 겁니다. 뇌 신경의 상호작용도, 혹은 공리주의적인 도덕적 문제해결도 작동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3. 번역자 께서 공리주의와 실용주의를 맥락적으로 구분한 것은 분명 좋은 번역 감각입니다. 새로운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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