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이들은 종종 입맛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21일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지에는 이런 감각의 변화가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이들은 “종양괴사인자 알파(tumour necrosis factor-α, TNF-α)”를 만들지 못하는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쓴맛에 덜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감염이나 자기면역 질병, 혹은 다른 염증에 걸린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더 많은 TNF-α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또한 음식 섭취를 적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모넬 화학감각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이 단백질이 미각에 주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생쥐를 유전공학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이 쥐와 정상 생쥐에게 다양한 맛이 나는 물을 마시게 만들었습니다. TNF-α를 만들지 못하는 생쥐들도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umami)에는 정상 생쥐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쓴맛에는 정상 생쥐보다 덜 민감했습니다.
“정상 생쥐는 쓴맛이 조금 나는 물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생쥐는 쓴맛이 강해져야 그 물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한 실험에서는 생쥐에게 맹물과 특정한 맛이 나는 물을 주고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의 종류와 농도를 바꿔가며 생쥐의 선호를 보았습니다. 다른 실험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만 특정한 물을 먹게 한 뒤 몇 번이나 혀로 물을 핥는지를 보았습니다. 이 두 번째 실험은 한가지 맛에 질리는 효과를 피하기 위해 고안한 실험입니다.
물론 이런 행동 실험만으로는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생쥐의 미각의 변화 때문인지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한 생쥐의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혀에서 뇌로가는 미각 신경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TNF-α 단백질을 생산하지 못하는 생쥐는 쓴맛에 대해 신호를 덜 자주 보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이 단백질이 미각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캘리포니아 라 호야에 위치한 살크 생물학연구소의 신경면역학자 잔-세바스찬 그리골라잇은 이를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합니다. TNF-α는 시토카인이라 불리는 신호전달분자에 속하며 면역반응에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골라잇은 시토카인이 다른 신체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이번 발견의 또 다른 의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텍사스 대학의 심리생물학자 로버트 단처는 이번 연구의 결과를 다르게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곧, TNF-α 단백질의 결여가 생쥐의 성장에 영향을 끼쳐 이들의 쓴맛에 대한 미각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어떤 경우이든, 연구자들은 여러 미각에 TNF-α 단백질 수용 기능이 있음에도 쓴맛을 제외한 다른 맛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제 실제 환자들이 TNF-α 단백질 수준이 높아졌을 때, 쓴맛에 더 민감해 지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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