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중국의 연구진은 CRISPR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배아들이 비록 인간으로 태어날 가능성은 없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의학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일입니다. 네이처 뉴스에도 이 내용이 속보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글은 이번 연구의 역사적 배경과, 중국의 연구진이 어떤 연구를 한 것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한 글입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수천 가지 유전병이 있습니다. 혈우병, 겸상 적혈구 빈혈, 낭포성 섬유증 등 그 목록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2013년 나는 아틀랜틱 지에 섬유이형성증에 의해 온 몸에 뼈가 자라는 사람들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이 병 역시 ACVR1 이라는 하나의 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이 유전자가 만들어야 하는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은 타박상에서 회복될 때 근육이 뼈로 바뀌게 됩니다.
때로는 그저 먹는 것을 조심함으로써 이런 유전병을 피할 수 있기도 합니다. 혹은 혈우병처럼 항상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섬유이형성증처럼 아예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병도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이런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 곧 유전자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이런 접근을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라 부릅니다. 유전자 치료는 1990년대에 과도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고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만약 바이러스가 환자의 몸에 들어가 충분히 많은 세포 속 유전자를 정상으로 돌린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이 환자를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 한 환자가 자신에게 주입된 바이러스에 대한 심한 면역반응으로 사망하면서 유전자 치료의 열기는 가라앉았습니다. 과학자들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 유전자치료는 다시 임상실험의 수준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전자치료의 재조명이 유전병에 대한 최선의 접근이 바이러스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스타트렉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 아이디어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는 그저 술자리에서나 가능한 멋진 상상이었습니다. 유전자를 그렇게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정확히 그 일을 하는 CRISPR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CRISPR은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분자들의 집합을 이용합니다. 박테리아는 이를 이용해 DNA의 특정부분을 정확히 자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이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곧,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찾기 위한 “탐침”분자를 합성하고 효소를 이용해 그 부분을 자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져와 세포로 하여금 기존의 부분에 결합시키게 만들었습니다.
유전병을 가진 이의 신체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이 기술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 분자들을 세포 내부에 집어 넣는가에,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그 분자들이 유전자의 해당부분을 자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의 동물실험 결과는 언젠가는 인간에게도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유전병에 걸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즉, 수정란의 단계에서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었을 때 이 기술을 이용해 그 변이를 고칠 수 있다면 말이지요. 단 몇 개의 세포 속 유전자만을 치료함으로써 우리는 한 인간의 유전병을 치료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유전자치료 전문가 및 CRISPR 기술의 전문가가 포함된 연구팀 사이언스 지에 이 아이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 기술을 인간에게 허용하기에 앞서, 특히 연구 목적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잠재적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선 얏센 대학의 준주 황 팀은 인간 배아에 이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황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모두 윤리적인 이유로 자신들의 연구를 싣기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오픈억세스 논문지인 “단백질과 세포”지에 이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CRISPR을 이용해 배아 유전자 치료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베타-글로빈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배아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이 배아가 인간으로 성장한다면 이들은 베타-탈라세미아라는 빈혈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이 배아의 유전자를 치료함으로써 이들을 미리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들은 실제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로 실험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하나의 난자에 두 개의 정자를 수정시킨 “삼핵 접합자(tripronuclear zygotes)”를 만들었습니다. 이 배아는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분열하지만 결국 인간으로 성장하지는 못합니다. 이들은 이 3핵 접합자가 CRISPR 치료법을 실험하기 위한 이상적인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생명윤리학자 여러분,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잘 알려진 것처럼, 이들은 86개의 배아를 만들었고 71개가 연구에 적합할 만큼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CRISPR은 이 배아들 중 일부에만 성공적으로 작동했고, 그 중에도 일부의 배아에만 새로운 유전자를 결합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두 가지 큰 문제가 남아있음을 말해 줍니다.
한 가지 사실은 CRISPR은 때때로 새로운 유전자를 잘못된 위치에 결합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유전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른 큰 문제는 치료가 성공한 배아 내부의 세포 중에도 이 돌연변이가 치료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섞여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모자이크(mosaic)라 불리는 현상으로, 의사들이 이 환자가 치료되었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판단할 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구진들 역시 자신의 논문을 “임상실험 이전에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끝맺었습니다.
물론 이번 실험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연구가 CRISPR 기술을 획기적으로 전진시킨 것도 아닙니다. 아마 이 연구는 복제실험 초기의 연구에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제된 배아는 분화에 실패하거나, 혹은 성공했다 하더라도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복제 기술은 가축이나 애완동물 산업에서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인간을 복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지 않을 것을 우리가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배아 유전자 편집기술에 있어서도 우리는 같은 약속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내쇼날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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