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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과의사인 댄 스완가드는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모르핀에 의지하며 불안감에 사로잡힌 채 서서히 죽어가는 환자들을 수도 없이 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3년 희귀한 전이성 암 진단을 받은 후, 중환자들의 죽음은 그에게 더욱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췌장과 간의 일부, 비장과 쓸개를 전부 들어내는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스완가드는 암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이 재발해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스스로 죽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인 소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당기기를 바라는 불치병 환자에게 의사가 극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입니다. 자신이 실제로 그런 죽음을 택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선택권을 갖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29세 여성이 “존엄사법”이 발효된 오레건 주로 이사를 가 안락사를 택한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안락사 논의가 재점화되었습니다. 스완가드와 뜻을 함께하고 있는 이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살 방조가 범죄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불치병 환자가 죽음을 택하는 것은 자살이 아니며, 오히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의사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는 주는 오레곤 주, 워싱턴 주, 그리고  버몬트 주입니다. 뉴멕시코 주와 몬타나 주에서도 안락사는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 각지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죠.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조력자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집단입니다. 전미의사협회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조력 자살이 치료자로서의 의사의 역할과 상충된다는 것이고, 캘리포니아의사협회도 의사가 환자의죽음을 돕는 것은 “환자를 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의사 2만 여 명의 의견을 물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4%가 의사 조력자살 허용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4년 전 46%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스완가드는 의사로 살아온 세월 동안, 의사들이 그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급급해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돌보지 않는 것을 보며 의료계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희귀암 환자가 된 후에는 환자들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일을 줄이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만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약물에 취한 상태로 죽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작별 인사를 한 후 죽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완가드와 함께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암환자이자 의사인 로버트 라이너 역시 환자들에게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남은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역시 선택의 순간이 닥쳤을 때 자신이 안락사를 선택하게 될지는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는 최근에 새로운 배우자를 맞아들였고, 연극을 집필하고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은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거라고 말합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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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락사와 자살의 차이가 있다면 뭘까요. 자살은 남은 사람들에게 버릴 수 없는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 반대하는데, 안락사라고 모두가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라면 못 그럴거 같아요. 제 가족들에게 제 죽음에 대해 허락해달라고 혹은 내 죽을 권리를 주장한다는 거 자체를 이해못하겠어요.

    • 유일한 생명연장수단이 머릿속을 개똥밭으로 만든다면 차라리 존엄성을 유지한 채 죽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 뭐 결국 어디까지나 개인차로 귀결되겠지요. 저는 아무래도 그런 식의 죽음을 허락할 혹은 감당할 만큼의 타성은 갖지 못했거든요.

  • 얼마 안 남은 삶을 약물로 억지로 버티면서 고통속에서 사는 것이 멀쩡한 정신으로 존엄 속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요

    • 자신의 죽음이 여럿 편하게 하는 상황과 심정에서 환자의 마음은 공감할 수 있지만 그 선택과 실행을 해야하는 가족과 의사들은 이후 과연 , 그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씌워질지도 모를, 그 죄책감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걱정되서요. 태어남과 죽는 일은 잔인하지만 오로지 타자(=신)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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