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인들은 배고플 때 자선단체에 돈을 덜 내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배고플 때 더 엄격해집니다. 오하이오 사람들은 자신의 연인을 상징하는 주술인형에 더 많은 핀을 꽂습니다. 지난 달 PNAS에는 캐나다 사람들은 배고플 때 물건들을 더 많이 챙기는 사람이 된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배고플 때에는 음식이 아닌 물건들에도 욕심이 생긴다(Hunger Promotes Acquisition of Nonfood Objects)”라는 제목의 이 연구에서 마케팅 연구자들은 63명의 학부생들에게 4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한 후, 그 중 절반에게 원하는 만큼을 케잌을 먹게 했습니다. 그후 이들은 Staples 사에서 나온 바인더 클립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답했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클립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케잌을 먹지 못했던 학생들은 먹었던 학생들보다 특별히 바인더 클립을 더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70% 더 많은 갯수의 바인더 클립을 가져갔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쇼핑몰을 나오는 81명의 쇼핑객들에게 이들이 언제 무언가를 먹었는지 물었고 또 이들의 영수증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쇼핑객들의 기분과 쇼핑시간을 통제한 결과 배고픈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60% 더 많은 물건을 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배고픔이 곧 “소유 욕망과 행동을 강조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곧, 먹을 것을 원하는 욕망이 물건을 원하는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배고픔은 음식이 들어오기 전까지 위가 꾸르륵 소리를 내는 단순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위는 다시 소리를 내기 전까지 조용히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 배고픔은 음식과 상관없는 행동들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다른 동물들을 관찰함으로써 그 대답의 일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동물들에게서 약간의 허기는 생존 능력의 강화로 이어집니다. 설치류의 경우 감각기관은 더 민감해지며 지적 능력도 올라갑니다.
지난 해 프랑스 보르도의 연구진은 배고픈 실험실 쥐에게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후각능력을 향상시키는 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일대의 쥐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허기 호르몬이 주사되었을때 미로를 더 빨리 통과했습니다. (한편 하버드대학의 쥐는 배고픈 상태일 때 우리 안의 트레드밀에서 더 오래 달렸습니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는 그렐린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낮추며 “사회적 패배(social defeat)”(큰 쥐에게 괴롭힘을 당하기)와 “행동적 절망(behavioral despair)”(탈출할 수 없는 원통에서 헤엄치기) 시험을 더 잘 견디게 해준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즉 다른 동물들의 경우, 배고픔에 의해 이들은 더 위험할 수 있지만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2년 전 막스 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초파리들이 배고픈 상황일 때 평소에는 이들을 기절시킬만한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도 음식의 냄새가 나는 한 더 잘 버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미국 북서연안의 대구떼들은 배고픈 상태일 때 덜 방어적이고 흐트러진 형태로 몰려다닌다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들은 먹이로 주어지는 다져진 오징어가 충분할 때에만, 즉 음식보다 자신들의 포식자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에만 다시 뭉쳤습니다.
이런 배고픔이 만드는 집중력, 인내력, 위험을 감수하는 대담함 등의 특징은 인간에게서도 발견됩니다. 대구떼와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배고플 때 더 위험을 감수합니다. 2014년 발표된 “도박은 배고플 때에(Always Gample on an Empty Stomach)”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연구진은 아이오와 갬블링 과제라는 시험에서 배고픈 이들이 그릭 요구르트를 방금 먹은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심리적인 도전을 잘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제에서 사람들은 두 카드뭉치 중 하나에서 카드들을 뽑아야 했습니다. 첫번째 뭉치에는 매우 높은 숫자와 매우 낮은 숫자의 카드들이 있으며, 이는 곧 큰 위험과 큰 보상을 의미합니다. 다른 뭉치에는 중간 숫자들이 있으나 이 뭉치에서 카드를 뽑을 경우 점점 더 패배할 가능성이 크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실험에서 요구르트를 먹은 이들은 배고픈 이들에 비해 이 두 번째 뭉치가 패배로 이어지는 뭉치라는 사실을 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배고픔이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을 더 직감에 의존하게만든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물론 배고픔은 인간에게 이런 놀라운 직감과 에너지를 주지만, 단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격이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1946년 미네소타 기아 실험은 배고픔과 짜증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배고픔(hungry)이 유발하는 짜증(angry)은 오늘날 행그리(Hangry)라는 단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36명의 젊은이는 6개월동안 점점 더 배고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전쟁의 고통을 막 벗어난 유럽인들에게 어떤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이 끝난 지 57년이 지난 뒤에도, 18명의 생존자는 당시의 장기적인 배고픔이 끼쳤던 영향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아주 작은 도발도 쉽게 큰 싸움으로 변했습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마샬 서튼은 자신이 매일 밤 다른이들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줄을 서는 것도 싫어했고 …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식습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지요.” 과학자들이 이 연구를 “인간과 배고픔(Men and Hunger)”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연구를 도운 이들에게 “논쟁에 끼지 말것”을, 그리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은 부탁했고,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기아에 허덕이는 시민들의 분노를 실제로 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더이상 야생동물 주위를 서성거리거나 산딸기를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직 이런 선조들의 영향하에 있습니다. 사바나 사막에서는 필요했던 이런 적응이 현대의 사무실이나 기숙사에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음식이 풍부한 이 세상에서, 이제 배고픔은 우리를 백화점에서 서성거리게 만들고 바인더 클립을 모으게 만들고 있습니다. 케잌을 먹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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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공복에 책보라는 국어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경험으로 말씀하신거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