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사고사(accidental death)가 너무 많다고 판단했고 중진국 수준으로 사고사의 비율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으로 연간 사고사의 비율을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지역 정부 역시 중앙 정부의 이런 정책에 반응했습니다. 전체 31개 가운데 20개 지역 정부가 사고사 비율을 줄이지 않으면 공무원들의 승진에 제약을 가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에 중국에서 사고사의 비율은 2004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고사의 비율이 줄어든 이유는 단순히 안전 수칙이 강화되서 실제 사고가 줄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고사의 기준 중 하나가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이 7일 안에 사망하는 경우였는데, 공무원들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사람을 어떻게든 8일 동안 생존하도록 만들어서 이 사람이 사고자 사망자 명단에 들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사고사와 정부 정책을 연구한 컬럼비아 대학의 레이몬드 피스맨(Raymond Fisman)과 남부캘리포니아대학의 용지앙 왕(Yongxiang Wang) 교수는 중국의 사고사 비율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무원들이 사고의 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중국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특히 중국 사고사 정책의 교훈은 미국 교육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관련한 토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즉,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따라 보상을 받고 처벌을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교육 시스템은 각각의 정책과 거기에 깔린 인센티브가 교사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도록 아주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정책이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쳐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현상을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굿하트의 법칙의 사례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몇몇 병원들은 수술 이후 환자를 어떻게든 31일간 생존시키려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이는 메디케어(Medicare) 혜택을 받기 위해서 정부가 정해 놓은 30일 생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해 시카고의 한 잡지는 시카고 경찰국이 범죄의 분류 체계를 살짝 바꿔 범죄율을 줄인 것처럼 홍보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기반해서 교사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비판해온 버클리 대학의 경제학자 제시 로스스타인(Jesse Rothstein)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교육 전반에 걸쳐 인센티브 디자인에 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교육부의 재촉으로 많은 주 정부가 학생들의 시험 성적 결과를 교사 평가의 기준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까지 6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이런 형태의 평가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인센티브 디자인은 학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향상시킨 교사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 비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평생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과 부모들은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뉴욕에서는 교사 노조가 교사 평가에서 학생 시험 성적 비중을 50%로 올리겠다는 쿠오모 주지사의 제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여론 조사에서도 쿠오모 주지사의 이 정책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하버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학생들의 배움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환경과 같은 다양한 조건들 중에서 교사의 자질이 성적에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버클리 대학의 로스스타인 교수는 하버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실력이 좋은 선생님들이 더 좋은 학생들을 가르칠 가능성 높다는 사실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다른 연구들은 교사 평가 지수가 매년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하버드 연구팀은 반박을 내 놓기도 했습니다.
만약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교사의 진급이나 직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미국 곳곳에서 교사들이 자신의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교사의 부정 행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연구는 시험 성적이 교사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 시험 성적이 크게 향상될 소지가 있는 중위권 학생들에게만 교사들이 초점을 맞추고, 시험 성적이 이미 높은 학생이나 시험 성적이 단기간에 향상될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지역에 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영재 학생이나 성적이 아주 뒤떨어지는 학생의 교사가 되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교육 개혁가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런 부작용이 두렵다고 해서 엄격한 교사 평가를 도입하지 않는 것 또한 교육 개혁에 큰 방해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시험 성적이 교사 평가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좋은 결과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플로리다 주의 공립 학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시험 성적을 교사 평가의 기준으로 도입했을 때 학교가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교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험 성적을 교사 평가에 도입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시험 성적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되기보다는 교장, 동료 교사 혹은 학생들로부터의 평가와 함께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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