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법이 합리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퍼스튼버그대 몰리부(Firstenberg v. Monribot)같은 사건은 법원의 문지방도 밟지 못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달 초, 5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뉴멕시코 항소법원은 무선전파기술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아서 퍼스튼버그의 소송을 기각했던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웃 라파엘라 몰리부가 그녀의 아이폰과 무선인터넷으로 자신의 건강에 해를 끼쳤다며 15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휴대폰과 컴퓨터가 사용하는 전파는 라디오파와 가시광선 사이에 존재합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이들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법원 나름의 증거와 논리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이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이 재판은 오늘날 문명을 이루는 거대한 두 기둥인 과학계와 법정이 어떻게 불협화음을 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퍼스튼버그와 몰리부의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는 2008년 그녀를 요리사로 고용했습니다. 그녀가 유럽으로 떠났을 때 그는 산타페의 인구밀집지역에 있는 그녀의 작은 집을 빌렸다가 결국 구매했습니다. 유럽에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옆의 집을 다시 샀습니다.
퍼스튼버그는 그 때부터 자신의 현기증, 메스꺼움, 건망증, 오한, 부정맥, 만성 통증 등이 시작되었고, 그 이유를 그녀의 휴대폰, 컴퓨터, 그리고 다른 전기기구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그녀 집의 현관등과 조명 역시 고통스런 전파를 발산했다고 말합니다. 퍼스튼버그는 두 집이 같은 전원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이런 고통을 전자파 과민증(electromagnetic hypersensitivity)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공립 도서관과 다른 공공장소의 무선인터넷 설치를 반대했던 일로 이미 알려진 사람입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재판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에 시작된 이 재판은 법 제도 속의 미로로 빠져버렸습니다.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그는 언론은 자신이 아니라 전자기파가 가진 치명적인 위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몇몇 연구를 언급한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과학계는 전자기파가 건강에 끼치는 위험에 회의적입니다.
X선, 감마선과 달리 일반적인 기기의 무선통신에 사용된느 전파의 에너지는 세포의 분자에 영향을 주기에는 극히 작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극도로 강한 노출이 아니라면 이 전자파의 세기는 피부를 뜨겁게 하기에도 부족한 세기입니다.
물론 열 효과 외에도 아직 알 수 없는 어떤 방법으로 세포내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전자기파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시험에서 이들의 증상과 전자기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지방판사 사라 싱글턴은 퍼스튼버그의 가처분 요청을 그가 “인과관계를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여기에서 멈추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판사는 몰리부의 사건 기각 요청 역시 거부하며 “양측 전문가의 충분한 증거와 논리를” 듣겠다며 증거 심리를 지시했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면 그 결과는 마치 코미디언 존 올리버가 자신의 쇼에서 “통계적으로 정당한 기후변화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3명의 기후변화 반대자와 97명의 기후변화를 지지하는 과학자를 불러들였던 일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전자파 과민성에 대한 어떤 과학계의 판단도 그 보다 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년 동안의 지루한 공방과 심리가 있은 후에야 법원은 과학계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곧, 퍼스튼버그의 소송을 기각한 것이지요. 그가 대동했던 전문가들인 대체의학의 하나인 전인의학 의사(holistic doctor)와 신경독성에 대한 상담 심리학자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최종 판결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소심이 원심의 판결을 유지한다는 판결을 내린 지 1주일 뒤, 나는 몰리부를 변호했던 크리스토퍼 그래이저의 사무실에 줄자를 가지고 들렀습니다. 이 사건을 위한 자료를 하나로 모으자 그 높이는 2미터에 달했습니다.
변호사비를 제외한 법정비용만 1억원 가까이 되었습니다. 법정은 퍼스튼버그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이 비용을 몰리부의 보험회사에 청구했습니다. 곧 이 사건을 누군가가 길을 걷다 미끄러진 (혹은 미끄러진 척 하는) 사건처럼 다룬 것이지요.
몰리부를 변호했던 그래이저와 다른 한 명의 변호사는 자기들의 수임료는 약 2억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원심에서 퍼스튼버그의 대리인이었던 린제이 러브조이는 비용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항소심에서 퍼스튼버그는 자신이 직접 법정 대리인을 맡았습니다. 아마 그는 이 사건을 뉴멕시코 대법원으로 가지고 갈 것입니다. 그레이저는 말합니다. 퍼스튼버그가 “사건을 진행한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 볼 일이 없으니까요.”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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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퍼스튼버그 대 몰리부같은 사건은 법원의 문지방도 밟지 못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 이 말 왤케 웃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