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칼 짐머 칼럼] 우리는 왜 혈액형을 가지고 있을까요? (1/3)

(역자 주: 아직 우리는 혈액형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과학 칼럼니스트 칼 짐머가 지난해 7월 Mosaic에 실은 혈액형의 역사와 혈액형이 생긴 원인에 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어머니가 내 혈액형이 A+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교에서 A+가 최고의 성적을 말하는 것처럼 혈액형 중에도 A+가 최고일 거로 생각했지요. 물론 그게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A+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혈액형에 대해 내가 배운 것은 언젠가 내가 병원에서 피가 필요하게 될 때 의사가 내게 혈액형을 확인하리라는 사실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혈액형은 아직 인간이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입니다. 왜 코카시안(백인) 중에는 A형이 40%나 되지만, 아시아인 중에는 A형이 27%밖에 되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혈액형은 어떻게 발생했고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이 질문들에 답을 얻기 위해 혈액 연구자, 유전학자, 진화생물학자, 바이러스 연구자, 영양학자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혈액형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는 오스트리아의 의사 칼 랜드스타이너로 그는 1900년에 혈액형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1930년에 이로 인해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지요. 과학자들은 혈액형을 판정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도구들을 개발해왔고 혈액형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들을 발견했습니다. 혈액형으로 오랜 조상을 추적했고, 혈액형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혈액형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의 생물학자 아짓 바르키는 말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혈액형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지 100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 혈액형이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혈액형을 알게 된 것은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날 의사들은 혈액형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피를 수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학의 역사에서 한 사람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그저 꿈에 불과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의사들은 환자의 정맥에 피를 흘려 넣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정신 질환을 포함한 모든 질병의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17세기에 이르러 몇몇 의사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보았지만,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한 프랑스 의사는 송아지의 피를 광인에게 주사했습니다. 그 광인은 발한과 구토 증세를 보였으며 잿빛 오줌을 누었습니다. 동물의 피를 주입받은 다른 환자는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극 이후 약 150년 동안 수혈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 다시 소수의 의사들이 수혈을 시도해보았습니다. 그중 한 명이 영국의 의사 제임스 블런델입니다. 그는 그 시대의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출산 중 출혈로 사망하는 많은 산모를 보았습니다. 1817년 한 환자가 다시 목숨을 잃자 그는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수혈이 어쩌면 그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는 과거 실험들이 실패한 원인이 “짐승의 피”를 수혈했다는 근본적인 오류 때문이었음을 확신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피는 서로 매우 다를 것이므로” 같은 종끼리만 수혈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런델은 인간에게는 인간의 피만 수혈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누구도 이를 시도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블런델은 깔때기, 주사위, 관을 이용해 헌혈하는 사람에게서 환자에게 바로 피가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개를 이용해 그 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블런델은 출혈로 인해 죽어가는 환자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오직 수혈만이 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몇 명의 헌혈자로부터 약 500mL의 피를 받은 그는 그 피를 환자에게 흘려 넣었습니다. 환자는 “덜 어지럽다”고 블런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틀 후 환자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런델은 이 실험을 통해 수혈이 인류에게 커다란 유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 뒤 수년간 필요한 환자에게 피를 수혈했습니다. 그는 10건의 수혈을 수행했습니다. 그중 4명의 환자가 살아남았습니다.

다른 의사들도 수혈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률 역시 높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시도가 잇따랐습니다. 1870년대에는 우유를 수혈한 시도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인간은 오직 인간의 피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런델은 옳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혈액의 다른 중요한 특징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은 어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로부터만 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로부터 수십 년 뒤 발견된 혈액형이 매우 간단한 우연의 결과로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19세기 초 수혈이 실패했던 첫 번째 이유는 피가 서로 엉겼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19세기 후반의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피를 시험관에 섞었을 때 때때로 적혈구들이 서로 뭉친다는 사실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현상이 그 환자들이 가진 병 때문이라고 여겼으며, 따라서 특별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즉, 칼 랜드스타이너가 이를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건강한 사람들의 피가 서로 뭉칠 수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랜드스타이너는 자신을 포함해 실험실 사람들의 피를 모아 어떤 경우에 피가 뭉치게 되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는 각 피를 적혈구와 혈장으로 나누었고, 한 사람의 혈장과 다른 사람의 적혈구를 섞어 보았습니다. 그는 곧 특정한 사람들의 피를 섞었을 때만 적혈구들이 서로 엉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조합을 시도해 본 후, 그는 사람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룹 C는 훗날 O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다른 연구자들이 AB그룹을 발견했습니다. 약 40년 뒤 미국의 과학자 필립 레바인은 피를 분류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견했고, 그것은 Rh 인자가 있느냐 여부였습니다. 랜드스타이너의 ABO 뒤에 +, – 부호를 붙임으로써 오늘날의 혈액형 표기법이 완성되었습니다.

랜드스타이너가 발견했던 규칙은 이렇습니다. A 그룹의 혈장과 A 그룹의 적혈구가 섞였을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B 그룹의 혈장과 적혈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A 그룹의 혈장 또는 적혈구와 B 그룹의 적혈구 또는 혈장이 섞이면 피가 엉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O 그룹은 달랐습니다. 그가 A 그룹이나 B 그룹의 적혈구를 O 그룹의 혈장에 섞었을 때는 적혈구들이 엉긴 반면 A 또는 B 그룹의 혈장에 O 그룹의 적혈구를 섞었을 때는 엉김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적혈구의 엉김 때문에 수혈이 위험했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의사가 실수로 B형 혈액을 A형인 사람에게 주사하면 환자의 신체 내에는 수많은 작은 혈전들이 생길 것입니다. 혈액 순환은 멈추게 되고 그는 피를 흘리며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A형이나 O형의 피를 받는다면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랜드스타이너는 이 혈액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후대의 과학자들은 각 혈액형의 적혈구는 서로 다른 분자를 표면에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A형의 표면은 1층과 2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단계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H 항원이, 그리고 2층에는 A 항원이 존재합니다.

B형의 경우 2층의 형태가 달라지며 B 항원을 가집니다. 그리고 O형의 표면은 1층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H 항원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사람의 면역 시스템은 자신의 혈액형에 친숙합니다. 다른 혈액형의 피는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O형은 다른 혈액형에도 있는 H 항원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의 공격에서 제외됩니다. 그래서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고, 혈액 센터에서 가장 환영받는 혈액형이 되었습니다.

랜드스타이너는 1900년, 자신의 실험을 매우 간략하게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그는 결론을 아래와 같은 세련된 겸손함을 담은 말로 맺었습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어쩌면 치료용 수혈의 다양한 결과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언급할 수 있겠다.” 랜드스타이너의 발견은 안전한 집단적 수혈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오늘날까지도 혈액은행에서 혈액형을 구별하는 데 그가 썼던 엉김 테스트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랜드스타이너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답을 발견하자마자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혈액형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왜 적혈구는 표면에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이렇게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면 어느 자연요법 주의자의 전혀 비과학적인 설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중들의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뉴욕 혈액센터의 코니 웨스트호프는 그 설명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자이크)

2부 보기

3부 보기

원문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4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5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