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 살았던 워싱턴 DC의 도심 한 거리는 이제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중산층들로 가득합니다. 이 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일하는 바텐더 제이(Jay)는 지난 10년간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젊은 백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도심에 살기 시작하면서 주변 지역에 레스토랑이나 술집 생기고, 원래부터 있던 오래된 가게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빈곤층이 원래 거주하던 도심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빈민들이 도심 주변으로 몰리고 도심에 중산층 거주지가 형성되는 현상일 일컫는 단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최근 언론인들과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농성과 항의가 계속되었고, 사회적으로 이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젠트리피케이션 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것이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근거들이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새롭게 도시로 유입되는 부유한 사람들이 원래부터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한 잡지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 2000년 인구 조사 때 빈곤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 중 52%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젊고 대부분이 백인인 미혼 남녀가 한때 도시의 가난한 가족들이 거주하던 도심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워싱턴 DC의 주택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많은 흑인들이 워싱턴 DC를 떠났습니다. 1990~2010년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흑인의 수는 거의 10만 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1990년 워싱턴 DC 인구의 66%를 차지하던 흑인들이 현재는 55%로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월세 통제 제도(rent-control rules)가 있는 도시에서 집 주인들은 원래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내쫓으려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가난하거나 소수 인종을 도심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빈약합니다. 흑인들이 워싱턴 DC의 도심에서 빠져 나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기 훨씬 전입니다. 디트로이트와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도시에서도 흑인들은 도심을 떠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 인구통계국의 연구를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동네에서 저소득층이나 소수 인종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대신 이 연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는 흑인의 소득이 젠트리피케이션 이후에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튜어트 버틀러(Stuart Butler)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원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도심 지역으로 모여들 때 이들은 그 지역의 학교나 경찰, 그리고 지역 정부가 더 잘 운영되도록 목소리를 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월세가 올라가지만 동시에 재산세로 거둬들이는 지역 정부의 수입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이는 지역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많은 도시에서 토지사용 제한법은 개발업자들이 새롭게 유입되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주택 뿐만 아니라 부유 주택에서 거둬들인 세금 가운데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짓는 주택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보조금으로 지은 주택 역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버틀러 씨는 미국의 여러 도시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즉 빈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이죠. 1970년 인구통계조사에서 거주자의 30% 이상이 빈곤했던 지역 중 현재 9%만이 미국 전체 평균보다 덜 빈곤합니다. 91% 지역은 여전히 빈곤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부유한 중산층이 도심에 살면서 커피를 사마시고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지역 정부의 세금 소득을 높여줍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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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만의 이야기긴 합니다만 이제 워싱턴DC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 되었어요. 젠트리피케이션 덕일 수도 있겠네요.
젠트리피케이션의 순기능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겠네요. 지방 예산이 늘어나는만큼 복지 예산도 늘고, 큰 건물이 지어지는만큼 원주민들을 위한 소형 건물도 따라오니 말이에요. 우리 사정은 그렇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