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이번주에는 NPR Planet Money에서 “Hey Big Spender”라는 제목 아래 다시듣기 시리즈로 묶어서 편집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그리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뒤 유럽 중앙은행과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시리자(syriza)의 재무장관이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기도 한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에 관한 소개입니다. 해당 방송 대본은 링크를 누르시면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Syriza)를 선택한 그리스 국민들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유럽 중앙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승인한 조건으로 부과한 긴축정책(austerity)이 오히려 그리스 경제를 악순환으로 몰고 가 헤어나올 수 없는 빚더미에 허우적거리게 되어버렸다는, 그래서 무리한 긴축정책에 반대하고 채무 구조에 관한 재협상에 나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1당이 된 시리자가 연합정부 구성을 완료하자마자 채무 구조 재협상의 중책을 맡을 재무장관으로 낙점한 인물이 야니스 바루파키스입니다.
바루파키스의 삶은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웬만한 정치인들이라면 조심해가며 쓰지 않을 어휘도 서슴치 않고 써왔죠. 대표적으로 긴축정책을 가리켜 재정적 물고문(fiscal waterboarding)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괴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erratic Marxist)라 부르는 그는 긴축정책이 그리스 국가 경제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줄기차게 지적해왔습니다. 3년 전 NPR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그리스는 경기 침체나 불경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뿌리채 뽑혀버리고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겁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공황, 대공황입니다.”
유럽 중앙은행과 유럽연합, IMF를 비롯한 채권단들의 요구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상황이 안 좋은 게 다 정부가 경제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돈이 바닥나서 이렇게 된 것이니 우리가 시키는대로 허리띠를 졸라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고 차차 갚아나가라는 것이었죠. 바루파키스는 그리스 정부의 곳간이 비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세금 인상과 급작스런 정부지출 감소를 골자로 하는 긴축정책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전체 경제의 엔진을 꺼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만약 자신이 유럽 채권단과 마주앉을 기회가 있다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지금 그리스가 이미 빌린 돈도, 추가로 더 빌려달라고 하는 돈이 독일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걸 잘 압니다. 현재 그리스는 자생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큼 경기를 되살릴 동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더 빌려 그 돈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고 전에 빌렸던 돈까지 갚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면, 네, 물론 도덕적으로 뻔뻔하다고 비난받을 수 있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긴축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기존의 빚도 갚을 수가 없어요.”
호주에 살기도 했던 바루파키스는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로 경제가 무너지고 정치가 혼란해지자 자기같은 보잘 것 없는 인사(riffraff)가 장관까지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말쑥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차려입은 유럽 채권단 대표들의 반대편에서 타이도 매지 않은 편안한 복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바루파키스는 분명 기존의 정치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협상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이 긴축정책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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