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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상대적으로 상위 1% 부의 집중도가 낮을까?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주의”를 보면 일본은 부의 집중화가 일어나고 있는 다른 선진국 중 하나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피케티의 책이 잘 팔리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죠. 피케티는 이번 달 도쿄를 방문했고 피케티에 대한 열광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마도 피케티의 주장이 가장 들어맞지 않는 국가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1991년 일본 자산 시장의 거품이 꺼진 것이 일본의 부유한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부를 축적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상위 10%가 소유한 부는 평등주의로 유명한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상위 10%가 소유한 부의 비율보다 적습니다. 사실 일본은 크레딧 스위스 리서치 기관이 조사한 46개 국가 중에서 상위 10%의 부 집중이 벨기에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은 국가였습니다. 소득 최상위층이 가진 부의 비율 역시 큰 변동이 없습니다. 또 CEO 임금 역시 미국에 비해서 그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피케티의 공저자들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제공한 분석을 보면 일본에서 상위 1%가 차지한 국민 소득은 자본 소득을 제외했을 때 2008년에는 9.5%였는데 이것이 2012년에는 9%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종류의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불평등은 피케티가 주장하듯이 엄청나게 부유한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과의 불평등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입니다. 일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정규직 노동자의 연간 수입이 평균 5백만엔(4천 6백만원)인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간 수입은 2백만엔(1,800만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불평등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불평등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고용 제도는 성과 보다는 회사내 연차나 직급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펠드만은 만약 일본에서 사람들이 성과대로 보상을 받는다면 일본 경제가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고질적으로 낮은 창업 기록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억만장자가 되는 창업가가 만들어내는 부의 불평등이 걱정할 정도로 부족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일본에서 피케티의 책은 13만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피케티의 책 내용을 쉽게 설명해 놓은 “21세기 자본론” 입문서도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부흥 계획은 아베노믹스에 회의감을 보여왔던 피케티에게 이번 2월 방문은 타이밍상으로도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피케티는 도쿄를 방문하는 동안 아베노믹스가 자산 가격을 부풀려서 가진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벌여 놓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아베 총리의 주요 경제 이슈는 대기업들에게 직원들의 월급을 올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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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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