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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자살

우울증에 걸려있는 건 끔찍한 두통을 달고 사는 것같다고 미국 애틀란타에 사는 한 회사원이 말합니다. 잘 쉰다고 해서 고통이 어디로 가지 않죠.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습니다. 미국인 10만 명 당 자살자는 2005년 11명에서 2012년 13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은 29명으로 기아나(Guiana), 북한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미국인 6명이 자살을 시도할 것이고, 10분 내로 한 명이 숨질 것입니다.

2012년 미국 전역에서 4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총기 사용이 허용되는 와이오밍과 몬타나에서 자살률이 특히 높았죠. 총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단 가운데 그 사용 빈도에서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살을 시도할까요? 가장 큰 동기는 우울증입니다. 또 불경기에 자살률이 올라가죠. 미국 자살률은 대공황 당시 최고점을 찍었고, 금융 위기 때도 올라갔습니다. “취업하지 못할 것같다는 걱정만으로도 충분하죠.”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75세가 넘은 외롭고 아픈 노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중년이 더 위험합니다. 2012년 미국인 45-54세는 10만 명 당 2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국은 30명) 55-64세는 18명, 65세 이상은 15명(한국 7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중년의 위기가 가장 큰 고비가 되고 있죠.

여성은 남성보다 4배 더 많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남성은 성공 확률이 여성보다 4배 더 높습니다. 권총 등 성공확률이 높은 수단을 택하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항우울제 과다복용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2.5배 높습니다. 백인은 흑인보다 자살할 확률이 3배 높습니다. 흑인은 살해당할 가능성이 자살할 가능성보다 5배 높은 데 반해 백인은 거꾸로입니다. 은퇴 직업군인도 자살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입니다. 예비역들은 10만 명 당 30명이 자살하는데, 자살을 생각해보았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31%나 됩니다. 전쟁에서 보고 겪은 트라우마나 일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죠. 국회는 이틀 퇴역군인들을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를 돕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먼저 항우울제만 해도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항우울제가 널리 퍼져있을수록 자살 시도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낸 연구는 20개도 더 됩니다. 1991년에서 1996년 사이 스웨덴은 항우울제 사용이 240% 올라가면서 자살률은 19%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살하기 힘들수록 시도도 덜합니다. 미국의 약국은 아직도 진통제를 통에 넣어 파는데, 많은 양을 한입에 꿀꺽꿀꺽 삼킬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에 비해 영국은 낱개로 포장하여 한 알씩 약을 꺼내야만 해서 과다 섭취가 어렵습니다. 과다 복용으로 인한 죽음은 11년간 44% 줄어들었습니다.

상담도 도움이 됩니다. 덴마크에서는 자살시도자들이 안전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서 자살률이 25%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남은 사람들에 어떨까요? 보통 한 사람이 목숨을 끊으면 주위의 6명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1988년에는 5백만 명 미국인이 가까운 이의 자살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티의 어머니는 자살이 아니라 차사고라고 말하라고 했고, 가족 전체의 실패로 느껴질 만큼 참담했죠. (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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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주: 한국의 자살률은 전세계 3위로 특히 노인 자살률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 자살률문제를 다룬 적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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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누구나 두 번의 인생을 사는거 같아요. 이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구나라는 사실로 모든 것이 무거워지면 그 때 선택지는 죽느냐 사느냐만 남더라구요. 그 길에서 사는걸 선택하면 두번째 인생이 시작됩니다. 난 어차피 가만있어도 죽을거란걸 진심으로 인정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혹자는 죽음과 삶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사람인자가 두 획인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라고 말하시더군요. 모두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 자기를 죽아겠다고 결심해놓고 결국 살려주시니까요.
        (혹여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껍데기인 몸을 죽이는 것은 진짜 자기를 죽이는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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