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되브르, 즉 전채요리는 생리적으로 식욕을 돋우기도 하지만 다음에 나올 요리에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전채요리를 칭하는 단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이탈리아어의 <안티파스타>는 <식사 직전>, 스웨덴어에서 온 <스모가스보드>는 <버터 바른 빵> 혹은 <샌드위치> 테이블, 스페인어의 <타파>는 뚜껑을 뜻합니다.
프랑스 요리사 아우구스트 에스코피어가 1903년에 출판한 <가이드 퀼리네르>는 조리서적의 교과서나 다름없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오르되브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역할을 하며, 식사의 구성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프랑스 요리사 줄 구페의 1869년작 <왕실 조리법>에서 등장하는 오르되브르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차갑고 신선한 순무, 녹색 올리브, 기름에 절인 앤초비, 여러 종류의 야채절임, 파슬리와 굴 무침 등입니다.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저렴한 재료들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나페 역시 전채 못지 않은 역할을 하는데다 만들기도 저렴합니다. 방앗간 주인의 주머닛돈으로도 여왕에게 어울리는 전채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죠. 에스코피어는 그의 책에서 카나페를 가리켜 <보기 좋게 자른 후 굽고 버터를 발라 가벼운 장식을 얹어 내놓는 빵 조각>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운 굴도 빠질 수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작가인 세네카와 아테나에우스가 기록하듯 로마인은 굴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특히 식전 요리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였습니다. 해롤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에서는, 굴의 섬세한 풍미와 울퉁불퉁하고 제멋대로인 껍질이 이루는 대조는 놀라운 즐거움을 준다고 적고 있습니다.
만일 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양파를 한두 개 구워서 내놓거나, 새우를 가볍게 삶은 후 올리브오일을 떨어뜨려서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따뜻한 전채요리 역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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