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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맙시다: 미국인은 고문을 지지합니다. 그걸 문자그대로 “고문”이라고 부를 때 조차도.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고문 실태를 조사한 상원 정보 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먼저 보고서에서  “항문 급식(rectal feeding)”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국격을 훼손한, 잔인하고 무능하며 기만적인 정권의 실체를 보여준 이 보고서를 20개 항목으로 요약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고문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미국인은 테러 용의자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고문을 쓸 수 도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걸 문자 그대로 “고문”이라고 부르는 상황에서도 말이죠.

지난 2009년, <퓨 리서치 센터> 조사 결과 응답자 49%는 “중요 정보를 얻기 위해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것은” “때때로” 혹은 “종종” 정당화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공화당 지지자의 64%, 민주당 지지자의 36%, 무당파의 54%로부터 나왔습니다.

고문이 “아주 드문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미국인 71%는 특수한 상황에선 고문을 용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고문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응답은 25%였습니다. 공화당 지지자의 15%, 민주당 지지자의 38%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비록 이 조사는 2009년도 것이지만, 지난 2012년 여론조사(YouGov) 결과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고문 찬성 여론을 보여줍니다. 2014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인은 다른 서구 선진국 국가보다 고문을 지지하는 경향이 더 높습니다.

원문 출처: 워싱턴포스트
기사 추천: 김낙호

신호철

View Comments

  • 저 개인적으로도 "특수한 상황에선 고문을 용납할 수 있다" 고 생각하긴 하는데... 뭐 고문의 방법과 강도 등에 대해서는 갈리긴 할듯....

    아무튼 이것보다고 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점이 전 더 높게 사는데.. 당장 공개되지 않더라도 본인들이 한 일이 언젠가는 대중에 공개되고 정당했는지를 판단받게 될 것이라는걸 보여주는거 같아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같은.

    • 에휴, 어떤 특수한 상황에 놓여야 고문을 용납할 수 있는 건가요. 또 그 고문의 방법과 강도에 따라 해도 되는 것, 안 되는 것, 하는 식으로 등급이 매겨질 수도 있나보지요? 가부나 등급은 누구의 입장에서 정하는 건지요?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생각해보셨어요?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깊이 생각을 해보고 글을 좀 다시죠. 지나가다 참 기가 막혀서 댓글 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그저 다르게만 생각한다고 특별해지는 건 아니에요. 무조건 대세를 따라 생각없이 사는 것도 문제겠지만, 설익은 논리로 섣부르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도 문제지요.

    • 아랫분 말씀은, 어떤 규칙을 정할 때는 그 규칙이 어디까지 악용될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같네요.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처럼 큰 건은 물론이고, 작게는(?) 사생활 감찰까지... 조직에 어떤 권한을 부여할 때는 이 권한이 천하의 개x놈들한테 갈 수도 있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자들한테 갈 수도 있고, 그 와중에 나를 비롯한 선량한 시민이 재수없게 걸려들 만약의 가능성도 생각하게 됩니다. 꼭 고결한 도덕성과 인간의 존엄성만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문제에 반대하는 절대적인 근거는 아닙니다.

  • This is shown that how much Americans are sick of terrorism. But what if change the poll name into the use of torture against suspected American citizen to help the jud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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