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뉴스페퍼민트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전직 드론(무인 항공기) 조종사의 인터뷰를 소개했습니다. 조종사들은 이따금 일어나는 실수와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을 에둘러 인정하죠. 최근 가디언이 인권단체 리프리브(Reprieve)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따금 일어난다는 오폭의 수준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목표물만 조준해 테러리스트만 도려낸다는 설명과 달리 아무런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 단지 용의자가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간인 희생자들 가운데는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파키스탄과 예맨에서만 테러리스트 41명을 제거하기 위한 드론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 숫자는 총 1,147명에 이릅니다. 리프리브의 자료를 들여다보면 미군이 과연 정보국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받아 공격을 하는 건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드론 공격이 기존의 작전들보다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줄곧 자랑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설명을 무색게 하는 숫자입니다.
“악당 1명을 처치하기 위해 (어린이, 여성이 포함된) 무고한 민간인 28명을 죽이는 작전을 두고 어떻게 정확성을 입에 담을 수 있습니까?”
이번 연구를 이끈 리프리브의 깁슨(Jennifer Gibson)은 강한 어조로 드론 공격을 비판했습니다. 악당 1명당 민간인 28명 희생이라는 계산도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통계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쫓고 있는 파키스탄의 적들은 24명인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드론 공격으로 제거한 건 6명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론을 이용한 수십 차례 폭격으로 민간인 874명이 숨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테러리스트 한 명 제거하는 데 100명 넘는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된 셈입니다. 공격을 감행한 뒤에 목표물을 제거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거했다고 믿었던 테러리스트가 버젓이 살아있는 경우도 허다하고, 여러 차례 숨진 것으로 보고됐던 테러리스트가 지병으로 자연사하기도 합니다.
리프리브의 자료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목표 아래 감행된 드론 공격만을 추적한 겁니다. 테러 단체의 무기고 또는 훈련장으로 의심되는 곳에 대한 폭격은 제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곳에서만 지금까지 약 500차례의 드론 공격이 감행됐고, 이 과정에서 총 3,67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미국의 적과는 거리가 먼 민간인입니다. 또한, 미군과 미국 정부가 수집하는 정보부터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요주의 인물인 테러리스트와 동명이인이, 그리고 그의 가족이 미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하거나 심지어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폭이나 실수를 특별히 부각하려 하지 않더라도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가 너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심각한 결함을 알고도 계속해서 드론 공격을 옹호한다면 만만찮은 정치적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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