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검은 발 족제비나 캘리포니아 대머리 수리를 보존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끔찍한 기생충인 메디나충(기니 웜)은 어떨까요? 사실 우리는 이들을 보존하기는커녕 박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논문은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고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들 동물에 기생하는 생물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검은 발 족제비에 기생하던 이는 이제 지구 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겨집니다. 캘리포니아 대머리 수리가 가지고 있던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 의해 길러지고 보호되는 동물들이 가진 문제점은, 어떻게 보면, 이들이 너무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족제비와 대머리수리가 가지고 있던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것은 의도된 결과는 아닙니다. 족제비와 대머리수리를 보호하던 이들은 그 기생충들이 일반적인 기생충이며 멸종위기의 것들임을 몰랐을 겁니다. 어쨌든 이런 생각은 우리가 다른 생물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윤리적 문제를 안겨줍니다.
메니다충으로 알려진 기니 웜(Guinea worm)을 봅시다.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가 세운 카터 연구소는 이 기생충을 박멸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니 웜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 끔찍한 기생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생충 역시 족제비나 대머리수리와 같은 하나의 생명체임은 분명합니다.
나는 이런 기생충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아직은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이들이 인간을 숙주로 삼는 것 이외에는 살아갈 수 없는 기생충이라면, 이들을 박멸시키는 것이 맞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1972년 뮬러는 이들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을 숙주로 실험실에서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기니 웜이 매우 다양한 동물을 숙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생물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면 누군가는 기니 웜을 보존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 작업이 족제비나 대머리수리의 경우처럼, 이들을 길러 야생에 방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겁니다. 그보다는 과학적 연구 목적을 가지고, 또 이 지구 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고유한 가치에 기반을 둬 보존되어야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종 다양성을 위해 씨앗 은행 다음으로 기생충 은행을 만들게 될지 모르겠군요.
(젠 폴크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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