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추천해주신 분: 이형열
개가 짖거나 끙끙댈 때 다른 사람들은 왜 저러는지 잘 몰라도 개 주인은 이런저런 설명을 합니다. “얘가 배고파서 이래.”,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싶구나?” 등 누구에게는 다 똑같은 소리인데도 주인은 상황에 따라 마치 개가 무얼 원하는지 그 생각을 읽어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개의 생각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미국 가정의 거의 절반이 반려동물로 개를 기릅니다. 이들 사이에는 정말 모종의 교감이라는 게 있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황에 따라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 자기공명 영상장치)로 개의 뇌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그 결과 개들은 주인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미국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 연구팀은 개를 MRI 장치 안에 눕도록 훈련한 뒤 개에게 주인의 냄새, 또는 다른 낯선 개의 냄새 등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하고 이때마다 나타나는 뇌파의 변화를 측정해 분석했습니다. 후각이 특히 발달한 개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첫 번째 감각도 후각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죠. 개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냄새를 가장 우선순위로 맡고, 특히 그 냄새의 주인공이 자기 주인인 경우에는 뇌 속에 이른바 보상중추(reward center)라 불리는 곳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어트보스 로랜드 대학(Eotvos Lorand University) 연구팀은 다양한 소리에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했는데, 인간과 마찬가지로 즐겁고 신 나는 소리에는 개도 흥겨운 반응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하면, 개는 냄새뿐 아니라 소리까지 구별해 들으며 반응하고 주인의 감정을 읽는다는 겁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개와 주인의 교감 관계는 마치 아기와 부모 사이에 형성되는 유대 관계와 비슷합니다. 겁을 먹거나 무언가가 두려워진 개는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주인에게로 갑니다. 다른 반려동물이나 가축이 겁을 먹으면 그 상황에서 무조건 달아나려 하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죠. 또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대로라면 개는 영장류가 아닌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과 눈을 마주 보는 동물입니다. 연구팀은 개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늑대를 길들여 집에서 키우려고 시도를 했지만, 눈을 보고 교감하는 성질은 끝내 심어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간도, 특히 개를 기르는 주인들은 개에게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 가족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를 2년 이상 기른 부모와 개를 2년 이상 기른 주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결과, 사람들의 뇌는 개의 사진이나 아이들의 사진에 비슷하게 반응했습니다. 물론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주인이라도 인간과 개의 모든 감정을 다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아마 여기에는 종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개가 주인의 물건을 물어뜯어 망가뜨리거나 부엌을 어지럽혔을 때 주인이 개를 다그치며 혼내면 개들은 마치 잘못했다는 듯이 처량하고 머쓱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는 다분히 인간의 해석일 뿐 실제로 개들은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인식하고 이를 반성하는 사고 과정을 처리하지 못합니다.
개들은 주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예뻐해 달라는 표현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며, 주인들도 대개 이를 받아들이고 교감해왔기에 개와 인간은 단지 친근한 종을 넘어 가족 같은 관계라 부르기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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