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날, 캐나다의 공영방송국 CBC는 오후 내내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습니다. 베테랑 앵커 피터 맨스브리지를 앞세운 이 날 방송은 고급스러웠고 조심스러웠으며, 미국의 뉴스 방송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면은 크게 스튜디오와 현장 사진, 현장 동영상 세 부분으로 구성됐습니다. 우측 하단에 “속보”, 우측 상단에 “생방송”이라는 작은 딱지를 붙였죠.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를 유지한 앵커는 카메라 앞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고, 들어오는 소식을 무턱대고 전하는 대신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방송 내내 박진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나 “국회 의사당 테러”와 같은 자극적인 자막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 특보를 자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앵커나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뉴스가 시작될 때마다 긴박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속보 자막이 깜빡대는 화면을 보는 것에 익숙한 미국 시청자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광경이었습니다.
캐나다 의사당 총격 사건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속보”를 매일같이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전하는 미국 케이블 뉴스 앵커들에 비해 맨스브리지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말을 잠시 멈추어가며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죠. 과장이나 루머, 오보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성숙한 뉴스의 모습이었죠. 이 방송을 보면서 저는 “남들보다 늦더라도 정확한 보도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방송사가 오늘날 미국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CBC 뉴스는 경비병 사망 소식을 트위터 등 다른 매체들에 비해 늦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 소식을 전할 순간이 되었을때도, CBC 뉴스는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앵커는 “나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다”는 말로 운을 떼면서, 어떻게 CBC가 이 소식을 접했고 정확한 정보임을 믿게 되었는지를 조심스럽게 설명해 나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아주 중요한 뉴스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말투였고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품위있는 말투였습니다.
캐나다 국민들에게 악몽과도 같았던 이 날, 맨스브리지를 비롯한 CBC의 보도팀은 정중하고 품위있는 태도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미국의 방송사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TVNew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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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그동안 '신속과 정확'이라는 미명하에 자극적으로 포장된 대표적인 미국식 뉴스 CNN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품위는 커녕 신뢰까지 잃어버린 우리의 방송사들이 참고해야할 부분이 아닐까요.
아랫 분의 표현을 빌어 품위는 커녕 신뢰의 문제로 국내 공중파 뉴스를 안 보는지가 어언 10여년 된 듯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언론에 세상 소식을 의지 합니다만 다수 국민의 정보와 사고의 질을 떨어 뜨리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의 주 역할 인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mb 집권 후 부터 언론이 없어졌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태어나서 단한번도 공중파 뉴스가 무책임할정도로 질을 떨어뜨리는 족속들이라고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었다. 모든 감각이 항상같았는데, 어떤 정권이 잡던간에 똑같았다. 최근의 문제와 지금 이기사를 보니 문제가 될 수 있고 개선해야한다는점은 느끼지만 특정 정당의 꼼수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한쪽만의 문제라면 왜 이태까지 아무도 하다못해 내귀에 들어오지 못할만큼 언급을 안했을까? 가치있는 기사에 숟가락 얹지 마시라.
미국드라마 뉴스룸을 보는듯한 뉴스네요. 한국에서 언론의 역할을 다시금 조명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