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서쪽 내륙 산지를 향해 서너시간을 올라가면 그린 뱅크라는 여느 평범한 미국의 시골마을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 마을은 다른 어느 미국의 마을과도 다릅니다. 이 마을에는 휴대폰 소리가 울리지 않으며 아이들이 작은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자동차 창문을 내릴 때에도 손으로 휠을 직접 돌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마을이 첨단기술에서 소외된 지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150미터를 더 올라간 언덕에는 축구장보다 더 큰,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움직이는 구조물 중의 하나인 “그린 뱅크 망원경(Green Bank Telescope, GBT)”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 망원경을 “딥따 큰 거시기(Great Big Thing)”라고 농담삼아 부릅니다.
천체망원경은 수억광년 떨어진 은하, 성운, 펄사의 전자기 신호를 잡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GBT 역시 극히 작은 신호에도 민감합니다. 근처의 휴대폰, 텔레비젼, 인터넷 공유기는 이 망원경의 데이터에 영향을 주며, 따라서 이러한 전자기기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은 1950년대에 웨스트 버지니아와 버지니아의 13,000 제곱마일(약 경상남북도를 합한 넓이)에 “국립 전자파 청정구역(National Radio Quiet Zone)”이 설정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은 이 동네 주민이 과학을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희생한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전자기 에너지에 민감한 이들은 오히려 이 지역을 더 좋아합니다. GBT에서 일하는 마이클 홀스틴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곧 이런 조용한 삶을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역시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과학자들이 점심을 데우기 위해 전자렌지를 쓸 수 없는 현실이 어느 정도는 모순적이라고 인정합니다. 사실 한 때, 과학자들은 알 수 없는 잡음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잡음은 연구소 선물가게에 들어온 휴대용 선풍기가 작동될 때 나오던 전자기파인 것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GBT는 2000년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우리 은하가 1억개의 항성을 가진 5억광년 크기의 은하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은 GBT 의 예산을 수년 내에 삭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홀스틴과 다른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연구소는 방문과학자와 관광객들을 통해 웨스터 버지니아 지역경제에 매년 300억원의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마을의 보안관 데이비드 존스 역시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망원경을 방해하지 않는 특수한 통신장치를 자신의 사무실에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구식 방식을 좋아합니다. “청정구역은 우리 마을을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GBT 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간 100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며, NSF 는 이를 분담할 주체를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돈은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의 10억원 뿐입니다. 이 마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은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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