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살던 한 10대 남학생은 진작에 “여자를 만지는 것이 토스터를 만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지만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한채 수 년을 살았습니다. 그는 25세가 되어서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고 커밍아웃을 했죠. 그리고 1996년, 이코노미스트지에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내용의 독자 편지를 보냈지만, 그때만해도 자신이 죽기 전에 동성 결혼이 가능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2014년 현재 그는 동성 결혼이 이상할 것 없는 버지니아의 한 교외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과정은 가히 기적에 가깝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다시 한 번 동성 결혼 법제화에 힘을 실어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중남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변화는 놀라운 속도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5개국은 여전히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고 있으며, 동성 간 성교가 불법인 나라도 78개에 이릅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것이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용은 확산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전 세계에서 급속도로 진행중인 도시화가 동성애 지역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전통의 힘이 약해지는 도시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삶의 질이 아무래도 높아지기 마련이니까요. 아시아와 중남미의 경우를 보면,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동성애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프리카와 아랍 지역의 경제, 사회적 발전이 아시아와 중남미 수준에 이르면 동성애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 날을 앞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은 물론 동성애자들입니다. 눈에 띄는 동성애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커밍아웃이 감옥살이 또는 그 이상을 의미하는 곳에서, 동성애자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서구 일각에서는 해외 원조를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원조에 조건을 다는 전략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동성애자 인권 증진 운동의 과정에서 정말로 원조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해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마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지역의 동성애자 인권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박해받는 동성애자들의 망명 신청을 폭넓게 받아들이며, 외국에까지 나가 동성애혐오를 부추기는 자국의 보수 종교인들을 망신주는 전략이 효과적일겁니다.
역사가 진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관용도 결국은 확산될 것입니다. 결국 동성애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권리, 즉 내가 원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권리니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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