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7월, 프랑스의 탐험가 미쉘 시퍼(Michel Siffre)는 빙하 속 동굴에서 두 달을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하 100m 아래, 영하의 동굴에서 그는 텐트를 치고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적은 시계나 햇빛과 같은 외부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오직 자신이 원할 때 잠을 자고 깨어난다면 과연 자신의 시간관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종종 혼란에 빠졌습니다. 때로 몇 시간이 몇 초처럼 지나가기도 했고 어떨 때에는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 생각이 동시에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몇 주 후, 그는 지상으로부터 예상보다 한 달 먼저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메시지는 제때에 온 것이었습니다. 바깥세상에서 두 달이 지날 동안, 그는 단지 34일이 지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시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특별한 순간(temporal landmarks)은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끼칩니다. 지난 8월 “소비자연구(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소개된 한 연구는 해가 바뀌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6개월의 시한을 주었다 하더라도, 6월에서 12월까지의 시한을 7월부터 1월까지의 시한보다 사람들이 더 잘 지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해가 바뀌는 것을 사람들은 어떤 경계라고 생각했고 이를 지키려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된 것입니다. 반면, 마감이 그다음 해에 있을 때, 사람들은 마감이 더 멀리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회 심리학 연구이고, 따라서 위의 결론과는 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는 우리가 마감시한을 어떤 휴일이나 생일 뒤로 두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이들은 이 경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현재의 자신과 목표를 달성한 미래의 자신이 더 확실하게 대비되며, 따라서 자신에게 더 강한 동기부여를 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두 주장 중 어느 것이 자신에게 잘 맞을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일인지 또는 우리를 질리게 하는 일인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삶에서 특별한 시점이 분명히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특별한 기회를 만듦으로써 순간순간을 더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신이 서른 살을 넘었다면, 이를 통해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흘러가는 기분을 떨칠 수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날을 이용해 기억을 형성하는 것을 우리는 “캘린더 효과”라고 부릅니다. 대학생들은 학기 초 또는 종강 시점의 일들을 학기 중의 일 보다 더 잘 기억합니다. 즉, 우리가 특별한 날을 더 많이 만들수록, 우리는 작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더 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위의 모든 예들은 당신이 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지를 말해줍니다. 또 그것은 직장을 떠나거나 멀리 이사를 갈 때 당신이 파티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신론자인 당신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야 하는 이유이며,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별한 순간들을 무시한다면, 당신은 빙하 속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도 지난 몇 달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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