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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들의 모임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들의 모임(Good Enough Mums’ Club)”의 창립자인 에밀리 비처(Emily Beecher)는 이 모임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 엄마들의 양육 방식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와인을 마시며 쉬는 시간을 즐기며,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엄마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죠.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비처는 4년 전 딸을 낳은 후 극심한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 개월 동안 스스로 엄마 자격이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며 침묵 속에 병을 키웠죠. 비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이 자신만의 문제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엄마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엄마 노릇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자신은 절대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우울증은 더욱 악화되었죠. 그러던 중 담당 정신과 의사는 비처에게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는 틈을 타 휴대폰에 몇 줄씩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비처의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TV 프로듀서였지만 아이를 낳은 후 창의적인 일이라고는 하지 못하다가,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또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나 하나의 “완벽한 엄마상”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런 생각이 실제 학설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신반의로 자기 자신을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는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뮤지컬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이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아동 복지 관련 단체로부터 지원금도 따냈습니다. 또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한 엄마들을 초청해 완성된 부분들을 미리 보여주고, 의견을 수집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을 본 엄마들의 반응은 폭발적었죠. 뮤지컬은 비처가 쓴 초안에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덧붙여 완성되었습니다. 마침내 런던에서는 지난 7월에 첫 무대를 선보였고, 앞으로는 영국 전역의 무대에 올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처는 이 뮤지컬을 통해 엄마들이 육아의 어려움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엄마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기 바란다고 말합니다. (가디언)

뮤지컬 오프닝 넘버 “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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