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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이 이슬람 군대에 자원할까요?

이슬람국가(ISIS) 조직 내에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여군 부대가 있다는 사실은 중동 전문가들을 놀라게 합니다. 여성이 폭력 극단주의자가 된다는 건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여성을 그토록 억압하는 이슬람 조직에 왜 여성이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두 가지를 가정합니다. 첫째는, 여성이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더 평화로운 품성을 가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장 반란에 가담한 여성은 기껏해야 총알받이에 불과하며 외려 전투에 방해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ISIS 여군 여단이 증명했듯 이 두 가정은 틀렸습니다.

여성이 왜 ISIS를 스스로 찾아가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선 엘살바도르, 에리트레아, 네팔, 페루, 스리랑카 등에서 여성이 자발적으로 폭력 운동과 무장단체에 가담했던 사례와 그런 여성이 군대 고위직에 올랐던 사례 등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보는 게 도움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여성은 남성과 기본적으로 같은 이유로 무기를 듭니다.

뿌리 깊은 보수 사회에 살아오면서,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인종, 종교, 정치적 정체성을 끊임없이 위협받습니다. 이런 종류의 정체성 위협은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에 기반을 둔 고충을 뛰어넘어, 여성이 총을 쥐게 하는  전형적 원인이 됩니다.

ISIS의 반인륜적 폭력이 유달리 주목받다 보니, 이라크 분쟁의 뿌리가 정체성 갈등에 있다는 사실이 가려지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라크 갈등은 수니파, 시아파, 그 밖에 여러 작은 소수 그룹 사이의 분파 싸움입니다. 그러므로 ISIS 여군 조직 칸사 여단이 신병을 뽑을 때는, 수니파라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고 느끼는 젊은 여성을 상대로 정체성 정치학을 동원합니다. 출처 모를 율법을 들먹이며 여성을 설득해 이슬람 칼리프를 위해 싸우게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정책집행자들이 이런 동기를 간과하고, 여성 전사를 남성 지도자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간과해버리면, 여성 극단주의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것에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여자가 전사가 되기까지의 사연은 가혹합니다. 대개는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실리적 이유로 군대에 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벌어지면 여성은 남성보다 전쟁의 고통을 더 크게 겪습니다. 난민 캠프에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군사 지역에서 가혹행위와 공포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끊임없이 강간위협에 시달립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2005년, 저는 왜 여성이 타밀 타이거 해방군(타밀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테러리스트 그룹)이 되는지 알기 위해 스리랑카를 방문했습니다. 한 여성 지휘관은 자기 보호 욕구에서 출발해 군인이 됐습니다. “전쟁 공포가 이어지면서 저는 타밀족이 불공평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한 지휘관은 말했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이 지휘관은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다른 타이거 해방군 여성은 정부군에게 강간을 당할 것 같은 공포가 해방군에 입대하게 된 동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강간 위협은 정치적 정체성과 성 정체성 모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성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타밀족이라는 이유로 강간 목표가 됩니다”라고 한 지휘관은 설명했습니다. 전쟁의 혼란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정체성이 더 중요한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타밀족 여성은 흔히 해방군 깃발 아래 자신의 안전 보장을 맡기며 타밀 해방 운동이 지닌 가부장제 속성을 수용합니다.

내가 만났던 또 다른 타밀 여성 지휘관은 마을을 순찰하며 전단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 전단 내용은 타밀족 여성이 갖춰야 할 적절한 복장, 머리 모양과 행동을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미니스커트 금지. 단발머리 금지. 뒷좌석에 옆으로 앉는 것 외에는 자전거 탑승 금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압제자들은 타밀족의 정체성을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적들로부터 우리 민족 전통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웁니다”고 말했습니다. 민족의 전통적 정체성은 때론 보수적 여성상으로 나타납니다.

언뜻 보면, 스리랑카 여성 지휘관 이야기는 이라크 여성군인 사례와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스리랑카에 비해 ISIS는 너무나 잔인(여자의 배를 가르고 아이를 산 채로 묻는 ISIS 소식이 넘쳐납니다)하고 여성에게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SIS 역시 스리랑카나 다른 분쟁지역 반란군과 닮았습니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여군 대부분은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동기와 ISIS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한다고 느끼는 이유로 군인이 됩니다. 또 많은 경우 폭력은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정치적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소외받는 수니 공동체에서 폭력은 여성이 정치로 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 극단주의와 싸우기 위해서 서방은 여성이 왜 전투에 나서게 되는지 그 불만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흔한 해결책은 보조금을 주거나 직업을 알선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소외된 여성에게 이런 처방은 잘 먹히지 않습니다. 이런 지원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측면입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고충을 평화적이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극단주의에 빠지기는 쉽습니다.

물론, 역설적으로 여성 극단주의자의 활동이 여권 신장에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에리트레아 사례를 살펴보면, 반란군이었던 ‘에리트레아 인민 해방군’이 승리해서 국가를 장악한 뒤, 에리트레아는 여성의 정치적 목소리를 억압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아마도 ISIS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라크 내전이 끝난 뒤에는 ISIS의 여성 전사들은 다시 사회로부터 소외될 것입니다. (포린 어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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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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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번재 문단의 "수니 무슬림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고 느끼는"은,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탄압받았다고 느끼는" 정도로 바꾸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IS가 수니파이거든요.

  • 포린 어페어스가 미국매체라서 그런지 미국에게 불리한 예는 들질 않네요. 이라크 전쟁당시 아부그라이브 형무소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 사건의 가해자 또한 미국 여군 (이름이 아마 무슨 잉글랜드 였죠?)이었습니다. 군이라는 조직 자체가 남자냐 여자냐를 특별히 문제 삼는 건 아니죠.
    미국이 이슬람권에게 왜 이슬람여자가 군에 지원하나를 묻기전에 스스로 왜 미국 여자들은 미군에 지원하려고 하고, 남자들과 동등한 군대내의 지위를 추구하려 기를 쓰는지 먼저 물어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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