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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 사과문에 다시 반박하다:그는 여전히 틀렸습니다

[역자주: 무신론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다운증후군 태아 낙태를 지지하는 트윗으로 세계적 논쟁을 불렀습니다. 도킨스가 일부 표현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쓴 이후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가디언> 고정 칼럼니스트이자  세인트메리 교회 주임 신부인 자일스 프레이저는 도킨스의 생각이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씨는 오래전부터 우생학을 두고 위험한 줄타기를 해 왔습니다. 지난 2006년엔 이런 글을 썼습니다. “만약 우유를 얻기 위해 송아지를 키우고, 달리기를 목적으로 망아지를 키우고, 양치는 목적으로 강아지를 키울을 수 있다면,  왜 수학이나 음악, 스포츠 재능을 가진 아기를 만드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을까요?”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히틀러가 죽은 지 6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아기를 만드는 것과 아이에게 강제로 음악수업을 듣게 하는 것 사이에 어떤 윤리적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 정도는 적어도 가능해야 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성 우생학과 양성 우생학 사이에 도덕적 차이가 크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설명으로는, 음성 우생학은 나쁜 것(예를 들어 유전병)을 몰아내는 것이며 양성 우생학이란 명백히 좋은 것(예를 들어 운동 재능이나, 금발 머리, 푸른 눈)을 더 퍼뜨리는 것입니다. 도킨스는 양성 우생학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건 국가 조직이 직접 나서서 지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이게 도킨스가 생각하는 나치의 실수인 듯 합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하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론 그것 자체를 반대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죠.

지난주 도킨스 교수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는 트위터였습니다. 한 여성이 자기가 다운 증후군 아이를 배게 된다면 진정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말하자 도킨스는 답장으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낙태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세요. 기회가 있었는데도 낙태하지 않고 출산하는 건 비도덕적입니다”라구요. 대중이 분노로 들끓자 도킨스는 사과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명백히 밝혀둡니다. 다운 증후군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운 증후군 태아 출산이 비도덕적이라는 믿음은 직접적으로는 우생학의 입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생학을 혐오하는 이유는 유전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약자를 취급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도킨스 교수 경우처럼, 다운증후군 태아 출산이 비도덕적이라는 믿음에는, 더 나은 종류의 인간이란 이러이러하게 생겨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고방식이 깔려있습니다. 아마도 도킨스 교수에겐 키 크고 운동 잘하고 학교에서 줄곧 A 학점을 받는 아이를, 찢어진 눈에 납작한 코를 가진 아이보다 더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겠지만, 저에게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참 인간의 범주인지는 전적으로 구분 불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빈부, 인종, 계급, 능력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이나 산수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어떤 누구도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없고 더 올바른 인간 부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인본주의자에게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인본주의자가 인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인간 생명 그 자체를 수호하는 데 도움을 줄 거라는 점입니다. 인본주의자가 종교를 공격하는 이유는 흔히 종교가 중요도 순위에서 인간의 번영을 차선으로 미루고, 신의 명령을 인간 위에 놓기 때문입니다. 그런 비판은 충분히 존중할만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인본주의자 손아귀에 있다고 해서 더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종교를 공격하는데 너무 빠져있다 보니 도킨스 같은 사람은 그들이 정작 수호해야 할 게 뭔지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건 인본주의자들이 합리성, 개인의 선택, 고통의 회피 같은 가치를 너무 높이 두느라 “인간” 자체를 중요도 순위 한참 아래에 놓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그들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너무 손쉽게 공리주의적 계산법으로 교환합니다. 그리하여, 우생학으로부터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데 과학이나 좌파 진보주의보다 종교가 더 나은 실적을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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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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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디언지의 우성과 열성에 대한 입장은 키크고 운동 잘하고 A학점 받는 아이와 눈찢어지고 납작한 코를 가진 아이를 예를 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 눈 찢어지고 납작한 코라면 저쪽에서 아시아계를 칭할 때 주로 쓰는 말인데, 저자가 은연중 인종주의를 티내고 말았군요.

  • 글쎄 우선 도킨슨은 종교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의 허황됨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자신의 믿음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람; 게다가 생물학 진화론 같은 방대하고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를 공부한 사람인데 진짜 그 소중함을 모를까 ㅋㅋㅋ 또 한가지 다운증후군 태아 출산이 비도덕적이라 한 데에는 질문자가 자신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거라는 전제가 질문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충분히 비도덕적이라는 답이 나올 수 있는듯.

  • "그들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너무 손쉽게 공리주의적 계산법으로 교환합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지요.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어떤 누구도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없고 더 올바른 인간 부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거 완전 그냥 탁상공론 아닌가? 도킨스씨는 좀더 현실적인 얘기를 한 거 같은데... 예 뭐 윤리적으로야 철학적으로야 모든 인간의 가치는 동등하고 뭐 그럴 수 있지요. 그렇지만 눈앞의 현실 세계에서 다운증후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어떤 불행과 리스크를 마주하게 되는지 모르진 않을 텐데...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은 그 책임까지 함께 져주진 않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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