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일어난 흑백 갈등을 보면서 적잖은 영국인들, 유럽 사람들은 혀를 차며 미국의 해묵은 인종 문제가 또 터졌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국이라고 인종을 비롯한 각종 불평등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국은 불평등 문제를 교묘하게 덮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1인당 총생산(GDP per capita)을 구매력 평가(Purchase Power Parity, PPP)를 적용해 미국 각 주와 비교해봤습니다. 결과는 뜻밖이었는데, 영국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남부 주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미시시피를 제외한 49개 주가 영국보다 1인당 GDP가 높았습니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서 각기 같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생산량, 구매력을 비교해봤을 때 부자들 뿐 아니라 중산층, 빈곤층에서도 미국인들의 삶이 더 낫다는 뜻입니다. 최하위 빈곤층 5% 정도에서만 영국인들의 구매력이 미국인들보다 높았습니다. 유럽연합 전체를 놓고 봐도 44~45위의 하위권이었고, 노르웨이가 미국에서 7~8위, 스위스가 20~21위였습니다.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는 중산층과 상류층 백인들이 도심을 떠나 교외로 이주하면서 도시와 교외의 빈부 격차가 심해졌습니다. 여기에 인종 문제가 겹쳐 주로 도시에는 가난한 흑인들이, 교외에는 중산층 이상의 백인들이 모여사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인종마다 다른 경제력 편차를 눈에 띄게 만들었죠. 영국이라고, 유럽이라고 이런 게 없을까요? 미국만큼 눈에 띄지 않을 뿐입니다. 단적으로 영국의 경우 부유한 백인들이 도심을 떠나 모여 살 만한 교외 지역이 충분히 넓지 않기 때문입니다. 빈부 격차, 기대 수명의 차이는 미국 못지 않게 영국과 유럽에서도 큰 문제입니다.
오히려 미국은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꾸준히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공개적인 토론이 끊이지 않고, 대학에서는 연구와 지역 사회를 참여시킨 각종 실험을 계속합니다. 정작 어찌 보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영국에서는,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조차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Spect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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