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6월, 17세의 에드슨 아란테스 토 나시멘토는 스웨덴과의 월드컵 결승을 위해 스톡홀름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시작 직전 브라질의 국가가 울리는 동안 그 소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펠레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질 그는 자신의 경기를 라디오로 긴장하며 듣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고, 펠레와 그의 동료들은 경기 시작 4분만에 골을 먹었습니다. 그는 1977년 그의 자서전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갑자기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한 고요함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은 어떤 행복감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하루종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선수들 사이로도 공을 몰 수 있을 것 같았으며, 그들 사이를 육체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상의 두려움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내가 그 때까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위의 문단은 지난 주 논문집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실린 것입니다. 콜럼비아 대학의 쟈넷 멧칼프는 펠레의 표현을 아직은 다소 혼란스런 심리적 개념인 “특별한 상태(in the zone)”를 묘사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특정한 작업에 몰두할 때, 모든 자의식과 시간관념을 잊고 완벽하게 집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마 인간은 수천년 전 부터 이런 상태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처음으로 과학의 대상으로 만든 이는 바로 “몰입(Flow)”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입니다. 그의 ‘몰입’과 멧칼프의 ‘특별한 상태’는 동일한 정신적 상태를 말합니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이 어떤 사람에게 적절하게 도전적인 상황에서, 곧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지 않은 일에 마주쳤을 때,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연구는 그의 이 ‘균형 가설(balance hypothesis)’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멧칼프는 이 가설이 개인차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프로농구선수들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 내내 비슷한 난이도의 경기를 벌이지만, 어떤 경기에서는 ‘특별한 상태’가 되며 다른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1985년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연구는 슛이 특별한 날 더 잘 들어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핫 핸드’ 현상에 대한 연구로써, 연구진은 실제로는 핫 핸드가 존재하지 않으며, 선수들은 매우 균일한 성적을 낸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밝힌 다른 중요한 사실은 바로 우연히 슛이 잘 들어가는 날, 선수들이 자신이 ‘특별한 상태’에 있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멧칼프는 이 결과가 몰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즉, 그녀는 몰입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 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균형-보강 가설(balance-plus hypothesis)’로 불렀습니다.
그녀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연구진은 45명의 대학생들에게 이 실험을 위해 고안된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상태’에 있었는지를 기록했습니다.
학생들은 적절한 난이도의 게임에서 자신들이 가장 ‘특별한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균형 가설’에 맞는 결과입니다. 한편, 이들은 같은 난이도의 게임에서도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한 게임을 더 ‘특별한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으며, 이는 ‘균형-보강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또 놀라운 점은, 이들에게 직접 난이도를 조절하게 했을 때, 학생들은 자신들을 ‘특별한 상태’로 만드는 난이도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 결과들은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균형 가설’은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지 않은 과제를 주어야 함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균형-보강 가설’은 그들에게 자신들이 잘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글의 앞 부분에 나왔던 펠레의 이야기에서, 펠레는 멧칼프의 실험과는 달리 오히려 스웨덴에게 골을 먹는 부정적인 결과로 인해 ‘특정한 상태’가 되었다고 지적할 지 모릅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스웨덴의 골이 그와 그의 팀에게 그들이 얼마나 좋은 선수들인지를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골을 먹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관중석의 환호는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우리는 스웨덴의 그 골이 우리가 슬럼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필요로 했던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Phenomena)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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