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 야마모토 씨는 일본의 “라면 왕(ramen kings)” 중 한 명입니다. 라면 애호가인 그는 라면에 들어간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재료가 빠졌는지를 블라인드 시음(blind tasting)에서 정확히 맞춰서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라면의 인기가 외국에서 치솟고 있는 현재 그는 한때 라면에 열광했던 과거 일본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신요코하마 라면 박물관(Shinyokohama Ramen Museum)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라면 매출과 라면을 파는 식당 수 모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1980년대에 처음 일본에 건너가서 현재 도쿄에서 두 군데의 라면 식당을 운영 중인 뉴욕 출신 이반 올킨(Ivan Orkin)씨는 “라면 호황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합니다.
15년 전, 야마모토 씨의 친구 한 명이 컵라면의 뚜껑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친구는 모은 뚜껑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야마모토 씨는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그때가 바로 야마모토 씨가 라면에 빠지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저는 그 전시회에서 몇 가지 다른 라면을 시작했는데 더 많은 종류의 라면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해에 그는 500사발의 라면을 먹었고 서로 다른 라면 맛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야마모토 씨는 충분한 경험 없이 너무 빨리 정상에 도달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에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라면을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최고의 해는 2004년이었는데 이때 그는 1,221그릇의 라면을 맛보았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3.3그릇의 라면을 먹은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현재 그는 하루 평균 두 그릇의 라면을 먹습니다.
야마모토씨 만큼 라면을 즐겨 찾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적으로 라면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일본 라면 레스토랑은 호주의 시드니에서 스웨덴의 스톡홀름까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디씨, 뉴욕, LA에서 일본 라면 레스토랑에 늘어선 긴 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라면을 국가 홍보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파리나 홍콩과 같은 외국에서 일본 정부는 라면 관련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라면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최초의 라면 가게는 1910년에 도쿄 중심가에 문을 열었는데 실제로 라면이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입니다. 이 당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중국에서 전투를 벌인 일본 병사들이 일본에 돌아와서 전시 중에 배급된 밀가루를 가지고 각각의 면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 때와 일치합니다. 이 당시 라면은 다른 요리를 하다 남은 재료들을 모두 섞어서 만드는 요리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가장 좋은 부위만을 써서 만드는 스시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라면은 일본 음식문화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라면의 인기는 일본의 경제 성장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1980년대 경제 성장의 결과 많은 일본인이 여유가 생기면서 이들 중 일부는 전국을 여행하면서 사포로의 미소 라면이나 후쿠오카의 돼지 육수 라면과 같이 지역별로 다른 유명한 라면들을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라면 요리사들은 점점 더 비싼 재료들을 라면에 넣기 시작했고 라면은 하나의 섬세한 미각이 있어야 하는 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라면을 파는 레스토랑 수도 급증했습니다. 도쿄만 하더라도 라면 레스토랑의 수가 만 개 정도 됩니다. 야마모토 씨에게 라면은 일본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는 중국식 면 요리를 들여와서 더 나은 요리로 만들었어요. 많은 재료를 더해서 라면을 하나의 요리로 탄생시킨 것이지요.”
하지만 오늘날 일본에서 라면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라면은 더는 흥미롭거나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넣어볼 수 있는 모든 재료는 다 시도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식 전문 기자이자 라면 비평가인 리키야 야마지(Rijiya Yamaji)씨는 오늘날 일본 라면에는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걱정합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식당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혁식적 라면 제조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훔쳤어요. 그래서 라면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이 더는 남아 있지 않고 라면 요리사들이나 이들의 독창성에 대한 존경도 남아있지 않죠.”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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