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에너지가 사물에 닿으면 그 사물의 표면에 미세한 떨림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그 떨림은 굉장히 미세해 대개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분명히 물체는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MIT 전기 컴퓨터 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베 데이비스(Abe Davis) 씨는 이 미세한 움직임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만으로 어떤 소리가 물체에 와닿은 건지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데이비스 씨는 수천 분의 1 픽셀 쯤 되는 이 미세한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포착한 뒤 파장이나 움직임의 차이에 따라 어떤 다른 소리가 울린 건지 재현했습니다. 실제 실험 영상을 보면 약 5미터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된 감자칩 봉지의 떨림만으로 “메리에겐 작은 양 한 마리가 있다(Mary had a little lamb)”라는 미국 전래동요의 한 구절 가사가 상당히 또렷히 재현됩니다. 소리는 빼고 사물만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와 갑자칩 사이에는 방음 유리가 있었습니다.
미세한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해야 하는 만큼 초당 2천 ~ 6천 픽셀을 찍을 수 있는 고속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성능의 카메라가 초당 10만 픽셀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값비싼 카메라가 있어야만 움직임을 포착하는 건 아닌 셈입니다. 게다가 좀 더 사양이 떨어지는 카메라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나 카메라로 인한 착시를 막아주는 롤링 셔터 기능을 사용하면 픽셀의 한계를 넘어 피사체의 미세한 떨림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빅브라더에게 좋은 건 아니라고 데이비스 씨는 말합니다. 이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이미 사용되고 있는 도청 기술보다는 정확도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겁니다. 데이비스 씨는 오히려 일반인들이 전에는 듣지 못하고, 확인할 수 없었던 소리를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소리와 소리의 떨림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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